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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총수부재' CJ·SK 그래도 잘 사는 이유

10대그룹 중 시총 급증, 내수주 선전·지배구조 이슈 겹쳐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2.05 17: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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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CJ그룹과 SK그룹 임직원들의 남다른 '주인의식'이 주식시장에서 증명되는 모양입니다.

3일 대신증권은 국내 10대그룹의 올해 시가총액 추이(2일 기준)를 집계, 발표했는데요. CJ그룹은 올 한 해 동안에만 시가총액이 21.49% 급증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거뒀고, SK그룹 시총도 13.05%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그룹이 -52.54%의 충격적인 시총 감소를 기록한 것을 필두로 △롯데그룹(-21.88%) △현대차그룹(-14.17%) △신세계그룹(-11.29%) △포스코그룹(-9.62%) △한화그룹(-5.00%) △LG그룹(-2.4%) 등 8개 그룹 모두 시가총액 규모가 쪼그라들었지요. 올해 삼성에스디에스 공모청약으로 대박을 터트린 삼성그룹조차 4.73% 증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입니다.

특히 SK와 CJ 모두 사령탑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도 기업가치가 오히려 불어나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3개월째 서울교도소에서 복역 중이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작년 7월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후 건강악화에 시달리며 재판을 진행 중입니다.

그룹의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인 총수 부재에도 각 계열 상장사가 역할을 충분히 해낸 덕분인데요.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를 수출주대비 내수주의 선방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삼성과 현대차 등 주요 수출주가 주춤하는 사이 물류와 통신 등 주요 내수주를 전진 배치한 CJ와 SK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었다는 얘기입니다.

일례로 CJ대한통운은 제7홈쇼핑 개설 가시화와 해외직구 급증으로 물동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실적개선까지 겹치며 주가가 98.50% 폭등했습니다. CJ제일제당과 CJ E&M 등 기존 주력 계열사들도 내수 회복 기대감이 겹치면서 20% 넘게 치솟았지요.

SK그룹은 메모리 반도체시장이 살아나면서 SK하이닉스가 32.87%의 급등세를 탔고 대표적인 내수주인 SK텔레콤도 두 자릿수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SK그룹은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불거지며 더욱 주목받은 한해였습니다.

흔히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삼성과 현대차를 먼저 떠올릴 텐데요. SK 역시 SK C&C의 지주사 전환을 둘러싸고 관련 수요가 몰렸습니다. 아직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지만 SK C&C와 SK의 합병 또는 SK텔레콤 SK C&C의 손자회사로 격상시키는 등의 개편 시나리오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벌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비롯한 정부 규제를 피하고 효율적인 경영승계를 위해 필요한 작업인데요. 이 같은 바람을 타고 SK C&C 주가는 올해 1월2일 13만1500원에서 지난 4일 21만5500원으로 59.62% 급등했지요.

최근에는 최 회장의 사촌인 최창원 부회장의 SK케미칼 지분 추가 인수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불거졌는데요. 고(故) 최종건 창업주의 친손자 중 유일하게 상장사 경영권을 가진 최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377억원을 들여 SK케미칼 지분율을 기존 10.2%에서 13.2%까지 늘렸습니다.

일각에서는 최 부회장이 SK케미칼을 지주사로 전환해 지배구조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SK케미칼 주가도 올해 1월 5만3200원으로 시작했던 주가가 지난 4일에는 6만5200원까지 올라 22.55%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회장님이 없어도 '잘 사는' 그룹들의 이면에는 임직원의 주인의식을 넘는 역학구도가 있었던 셈입니다.

한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최태원, 이재현 회장의 특별사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불거지고 있는데요. 최 회장의 경우 지난해 1월 이후 선고형의 절반 가까이를 모범적으로 복역 중이고 이 회장은 건강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사면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형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