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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빙판길보다 무서운 '실내 낙상'

안영주 인천하이병원 부원장 기자  2014.12.05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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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첫눈이 내린 이후 본격적인 강추위가 지속되고 있다. 이맘때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빙판길 낙상이다. 특히 골다공증이 시작되는 60세 이상 고령자는 작은 충격으로도 골절상을 입을 수 있기에 더욱 주의를 요한다.

하지만 빙판길만 조심한다고해서 낙상사고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단언할 순 없다. 오히려 우리가 평소 실내생활을 가장 많이 하는 가정집에서 낙상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노인 안전사고 보고에서도 낙상장소는 가정집이 57.2%로 제일 많았다. 방이나 침실이 22.4%를 차지했으며 이 외에도 욕실, 부엌, 안방 등에서 낙상사고를 당한 이들이 많았다.

아마도 이는 고령자들의 신체상태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젊은이들에 비해 운동신경은 둔하고 시력마저 어둡다보니 낙상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낙상사고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침상에서 내려오면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다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넘어지면서 손목이나 발목 같은 부위에 골절을 당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가장 큰 치명타는 엉덩이 부근 고관절(대퇴골)을 다치는 것이다. 고관절은 소케트(socket) 모양의 골반골과 넙다리뼈머리가 서로 연결된 관절로 골반을 통해 전달되는 체중을 지탱하면서 걷거나 뛰기 같은 하지운동기능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고관절에 아주 작은 실금만 가도 운신 자체가 힘들어진다. 깁스를 할 수도 없다보니 한동안 누워만 있어야한다. 문제는 이러한 장기간 와병생활로 인해 면역력이 급속도로 약해지고 욕창, 폐렴, 폐혈증 같은 2차 후유증이 동반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심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설사 생존한다하더라도 보행에 장애가 나타날 확률이 크다.

심지어 고관절 골절 후 수개월 내 사망률이 15%를 넘는다는 연구도 있다. 옛날 어르신들 중 크게 넘어진 후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고관절 손상 탓이다.

만약 실제로 낙상 후 고관절을 다쳤다면 즉시 응급의료기관으로 후송해야 한다. 손상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골절이 발생하면 골절면에 약 500~3000cc 출혈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한 쇼크가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손상부위가 더 커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고관절골절은 신체구조 상 보존적 치료로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때는 환자생명과 안전을 위해 부러진 관절부를 인조물로 대체하는 인공관절치환술 같은 수술이 더 필요하다.

손상이 심할 경우 고관절 일체를 바꾸는 전체치환술을, 손상이 경미하다면 대퇴골 관절면만을 바꿔주는 부분치환술이 고려된다. 고관절손상환자의 생존률과 만족도를 높이는 현재 유일한 방법이다.

다만 인공관절의 평균기대수명은 10~15년 정도로 이후 재수술을 고려해야 하며 매년 정기적인 면역검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신체일부를 포기하고 인공물로 대체한다점 역시 환자 입장에선 쉬운 결정이 아니다. 따라서 낙상과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실내낙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우선 침상높이를 낮추는 것이 좋으며 머리맡에는 스탠드를 둬 조명을 밝게 유지해야 한다. 바닥에는 되도록 발에 걸릴 잡동사니가 없도록 정리를 해놓고 카펫은 접착테이프를 이용해 고정시킨다. 욕실이나 부엌 등 물기가 많은 곳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주변에 지지할 수 있는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도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주변환경을 정비했다면 다음은 자신의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겨울철은 일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평소보다 칼슘과 비타민D의 섭취를 늘려 골밀도가 줄어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스트레칭은 관절유연성을 강화하고 근력운동은 근육생성을 도와 충격을 완충시킬 수 있으니 실내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길 권한다.

안영주 인천하이병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