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프라임초대석] 자리가 갖는 책임의 무거움

장석진 KTB투자증권 홍보팀장 기자  2014.12.05 09:50:1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장 팀장도 서금회 멤버세요?"

요즘 취재차 연락 오는 기자분들의 농 섞인 인사다. 해를 넘기기 전 마지막 유행어가 '정치금융'이 아닐까 싶을 만큼 연일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인사철을 맞아 수장들의 변화에 눈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어수선한 금융권의 새 리더로 누가 오느냐 관심 가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그 자리가 꼭 탐나는 자리인지 궁금하다. 곁에서 지켜보는 금융회사 CEO들의 하루 일과는 살인적이다. 간밤에 쌓인 접대자리의 술독을 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운동을 가고, 말끔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사우나에 들른다.

이어지는 금융회사 CEO조찬미팅에 참가해 의견을 나누고 때로는 언론사 행사에 참석해 정부 관료들과 미팅을 갖기도 한다. 회사에 들어가면 본부장, 팀장들이 갖고 올라오는 수많은 결제를 위해 끊임없는 의사결정의 고뇌를 겪어야 한다. 

요즘은 사인 한 번 잘못하면 되돌릴 수 없는 선택으로 고통받는 경우도 흔하다. 주요 고객과 오찬을 하고 오후가 되면 영업현장을 돌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저녁엔 또 VIP접대가 이어진다. 아마 이번 주말에도 여지없이 골프장엔 핫팩을 손에 쥔 CEO들이 접대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열심히 사는 CEO들의 뒷모습이 꼭 화려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 익히 다 아는 사실이니 굳이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누가 가는지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는 등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혹시 그 자리 뒤에 숨겨진 무언가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대단한 이권이 걸리지 않고서야 저렇게 힘든 자리에 서로 가려고 하진 않을 텐데 말이다. 

엊그제 모 일간지에서 한 신부님이 김수환 추기경을 회고하며 남긴 메시지가 참 인상 깊었다. 86세로 생을 마감하신 추기경이 일흔이 됐을 때 죽음이 두렵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것이다. 그 해석이 가슴을 울린다. 

"70년이란 긴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아직까지 여러 허물을 고치지 못한 채 살아온 게 아쉽고, 남은 시간 동안 그걸 다 고칠 수 있을까 초조하다"는 설명이다.

어차피 일정 자리의 후보로 오르내리는 분들은 그만한 실력과 경륜이 이미 검증된 분들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중요한 체크포인트는 누가 배후에 있고 누구 라인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됐는지 여부일 듯하다. 

"내가 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책임을 맡아 금융시장의 질서를 새롭게 확립하고, 금융이 산업의 젖줄로서 신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일조할 준비가 돼있는가?"

정치금융이라는 말 이전에 '관치금융'이라는 말이 있었다. 어차피 여러 역학관계에 놓인 것이 인사고 어느 날 갑자기 개혁처럼 제도와 관행이 바뀌진 않는다. 

물론 인사라는 것의 과정이 올바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함은 당연한 것이나 그 자리에 왜 가려고 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금융회사 종사자로서 CEO후보자들이 자리가 갖는 책임의 무거움을 잊지 마시길 부탁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