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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훌륭한 선배로부터 훔친 것

최민지 기자 기자  2014.12.03 16: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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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방문한 갤러리 카페에서 눈길을 끄는 글귀와 마주하게 됐는데요. 이곳은 다른 카페처럼 디저트와 음료를 판매하면서도 동시에 여러 전시 작품들을 곳곳에 배치, 예술적 공간으로 분위기를 바꾼 점이 특색있었죠. 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유독 제 시선을 잡았던 것은 벽에 쓰인 글귀였습니다.

"나의 모든 동작은 훌륭한 선배로부터 훔친 것이다."

LA레이커스에서 활약 중인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가 남긴 말입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지난 1일 경기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사상 최초 3만 득점·6000어시스트 이상을 달성한 선수가 됐는데요.

이 선수의 플레이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흡사하기로 유명합니다. 두 선수가 비슷한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된 바 있죠.

이 동영상을 보면 코비 브라이언트는 덩크슛 및 풋스텝 등의 자세부터 득점 후 습관 및 얼굴 표정까지 마이클 조던과 유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마이클 조던을 따라 연습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입니다.

이 때문인지 마이클 조던이 코비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동작을 훔칠 수 있기 때문에 1대1로 승부를 겨뤘을 때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한 일화는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을 따라 내 것으로 단련시켜 좋은 성과를 낸다면, 이는 인정받고 박수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따라하기만 급급해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안들만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은 앞다퉈 가계통신비 절감을 외치며 위약금 폐지 및 중고폰 선보상 제도 등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좋은 선배를 따라 함께 간다는 것보다 '너도 하니 나도 한다'라는 인상이 강하게 풍기더군요. 또한, 약정기간이나 요금제 조건 등의 제약으로 인해 '조삼모사'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죠.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정치권에서도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개정안을 쏟아내기 바쁜데요. 일각에서는 국회에서 만들어 통과시킨 단통법에 대한 책임은 미래부와 방통위라는 정부부처로 넘긴 채 단통법 시행 두 달만에 법안을 고치겠다고 나서는 것은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통사와 정치권 모두 소비자, 즉 국민의 가계 통신비 인하와 단통법의 올바른 정착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숨 가쁘게 따라가지만 말고 스스로 훌륭한 선배가 되기 위해 진짜 국민을 위한 정책과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해주길 바랍니다. 

관객이 감동을 받고 승부에서 승리를 이끄는 슛을 던지기 위해서는 무작정 골대를 향해 달려가는 것보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전체 상황에 대해 판단하고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이때 함성을 이끄는 득점을 기록할 확률이 높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