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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부진에 우울증까지" 금융권 감정노동자 보호방안 절실

'금융 부문 감정노동, 블랙컨슈머 대처방안 모색' 토론회 열려

추민선 기자 기자  2014.12.02 18: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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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금융부문 감정노동 무제와 블랙컨슈머(악성고객) 대처방안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명숙, 김기식 의원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경제연구소와 공동 개최한 이번 토론회는 금융부문 감정노동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학계, 의료분야, 정부, 노조, 금융권의 전문가들은 한자리에 모여 최근 감정노동자의 피해실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 맞춰 금융 부문 감정노동의 문제를 짚었다.

실제 이 금융 부문 감정노동 역시 심각한 우울증, 육체적, 심리적 탈진 등의 증상이 보고되지만, 대부분이 개인의 심리적 문제나 감정적 격차에 대한 해결에 집중돼 있다. 이런 만큼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한 사회구조적 측면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실질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업무특수성 반영해 감정노동 산재인정 기준 완화해야

토론회는 김인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의 '한국 노동자 정신질병에 대한 직업병 인정기준과 개선방안'에 대한 발제로 시작됐다. 이어 한인임 노동환경연구소 연구원의 '김정노동 현황과 보호 과제', 정혜자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은행권 감정노동 실태조사와 개선방안' 발제가 차례로 진행됐다.

김인아 교수는 "현재 국내의 산재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려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를 입증해야 한다"며 "자살이나 자해의 경우 산재를 인정받기 힘든 구조"라고 꼬집었다.

또 "악성고객에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강도가 금융 분야 종사자들에게 실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명백한 기준과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하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근거와 증거가 아직 부족한 상태여서 이를 보완할 제도적 방안도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임인 연구원은 금융권 종사자 중 창구업무, 민원응대, 전화 업무를 수행하는 집단에서 감정노동에 의한 우울증 수준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고객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분야에 근무하는 종사자일수록 그 비중이 높다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한 연구원은 문제를 제시하는 고객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상위 10% 집단은 '안하무인형'으로, 무조건 요구를 들어주길 바라는 대표적인 블랙컨슈머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하위 10% 역시 블랙컨슈머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사회 소외계층이 대부분이며 80%의 최다 비중인 중간층의 경우 '이유 있는 컴플레인형'으로 이들이 문제를 제시하는 주원인을 '서비스 불만족'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부연이다.

한 위원은 "상위 10%의 악성 민원고객에게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하위 10%의 사회 소외형에게는 보호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가장 큰 중간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친절뿐 아니라 고객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직무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는 곧 대부분의 민원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감정노동의 원인을 소비자에게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친절만을 강조하고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 메커니즘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고도 첨언했다.

◆금감원에 '민원발생평가제' 폐지 요구도

계속해서 발제자로 나선 정혜자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원 역시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정 연구원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평가하는 민원발생평가제도에서 가장 큰 원인이 있다"며 "금감원의 평가제도의 운영방법과 기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운을 뗐다.

여기 더해 "민원발생평가제도는 은행들이 불합리한 민원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는데 방해요인으로, 이를 폐지함으로써 악성민원응대로부터 금융 분야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원발생평가제도는 금감원이 매년 각 금융기관의 민원발생 건수와 처리 결과에 순위를 매기는 평가 제도다.

이에 토론의 패널로 참여한 박주식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 부국장은 "금감원의 민원평가발생평가제도 기준은 모두 공개하고 있다"며 평가기준을 알 수 없다는 정 연구원의 의견을 반박했다.

박 부국장은 또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민원발생평가 때 악성민원에 대한 부분은 반영하지 않는다"며 "금감원의 민원평가발생제도를 문제 삼는 것은 금융기관이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아울러 "금융기관은 악성민원 매뉴얼을 금감원에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지만, 기업 최고경영자 의견과 경영방침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일원화된 매뉴얼 적용은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기업은 민원응대에 자체적으로 대처할 매뉴얼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토론회에서는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손경애 은행연합회 민원실장, 유주선 신한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한인상 국회 입법 조사처 조사관이 참여해 의견을 교환했다.

패널토론에서는 감정노동 근로자의 특수성을 반영해 업무상 재해인정 승인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및 악성민원고객을 처벌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기업이 외부업체에 의뢰해 고객을 가장한 암행감찰(미스터리 쇼핑) 제도 시행을 폐지해 감정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