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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십상시와 찌라시로 얼룩진 대통령 초상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2.02 16: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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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숨 가빴던 2014년의 마지막 달이 이번에는 '환관'(내시) 타령으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최측근 보좌관으로 알려진 정윤회씨와 일명 '십상시'의 국정개입 논란이 그것입니다.

매체마다 '단독' 꼬리표를 달고 문건 속 등장인물의 뒤를 캐고 있는데요. 중국 후한 말기 국정을 농락했던 내시 무리를 일컫는 '십상시'와 함께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떠 오른 단어는 바로 '찌라시'였습니다.

사진은 제가 올해 접했던 증권가 사설 정보지, 바로 찌라시 중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관련 내용만 추린 캡처 화면으로 만든 박근혜 대통령의 초상입니다. 그만큼 국가 최고 권력자이자 권력기관을 둘러싼 소문과 풍문이 홍수를 이뤘다는 뜻이겠죠.

'찌라시'는 본래 선전을 위해 만든 종이쪽지를 말합니다. 요즘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가십을 다룬 정보를 아우르는 말이죠. 찌라시에 열광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남에 대한 호기심과 엿보기 욕구 때문입니다.

범상규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올해 초 한 포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찌라시를 믿는 사람들이 잘 속거나 무식하거나, 다른 사람 말을 쉽게 믿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문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데요. 특히 근심이나 불안감이 큰 사람일수록 더 쉽게 감염시킨다고 합니다. 또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뜬소문이라 해도 자주 들으면 마치 사실로 받아들이도록 사람의 행동과 선입견까지 바꾼다고 하네요.

'십상시' 논란의 진실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씁쓸한 이유는 불안과 근심을 먹이로 퍼지는 찌라시의 대상이 일국의 대통령과 수장단체라는 점입니다. 최고 권력에 대한 믿지 못할, 믿고 싶지 않은 문서의 진위 여부는 이제 수사기관에서 가려질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를 '진실'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죠. 그만큼 국가권력자와 기관에 대한 불안과 근심이 나라 전체에 퍼져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잔혹했던 2014년의 끝자락이 더욱 추워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