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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팬택, 감원 아닌 월급반납 "왜?"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2.01 17: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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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휴대전화 단말 제조회사인 팬택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16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 월급 20%를 반납한다고 합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최근 매각 유찰에 따라 새 주인을 찾는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상황에서 이 같은 카드를 꺼내들었는데요. 새 주인을 맞이할 준비 등 여러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성이 높아져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비용 절감이라고 하면 사람을 줄이는 방안을 우선 떠올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특히 팬택 같은 경우 이렇게 되면 회생할 길이 사라진다는 위기감에서 부득이 함께 고생하는 방안을 꺼내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우선 팬택은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700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500명은 퇴사했고, 나머지만 지난 4월 다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도하게 몸집을 줄이는 경우 팬택이 그 동안 대기업 단말 제조사와 견줘서도 자신 있게 생각했던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시장에서 우려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사실 그간 우리 기업들은 토요타자동차식의 린(Lean) 경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신화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나 토요타식 경영은 지나친 원가 절감으로 인한 부품 품질 저하 등 연쇄효과를 일으켜 결국 리콜 사태로 이어졌다는 반성이 나온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원가 절감이나 생산·품질 관리를 지속 추구하더라도 동시에 기획·생산·고객 관리 등 경영 전반의 생산성 혁신을 조화시킬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보잉의 경우 원조 린 경영을 린 플러스(Lean +) 경영 방식과 NRPD(Non-Recurring Product Development) 프로그램을 더해 발전시킨 사례로 거론됩니다. 

인건비 줄이기가 초점이 아니라 연구·설계·개발·검사 과정에 관한 과거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시간과 비용,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프로그램을 말한다고 합니다.

결국 기술력 우위라는 장점을 계속 유지해 매각을 성사시키려면, 팬택으로서는 연구는 물론이려니와 이 영역과 조화를 이루고 잘 뒷받침해 줄 각종 요소들에서 일해온 사람 자산(인재)들도 허물어지지 않게 유지할 필요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미 많은 직원이 떠난 상황에서 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면 팬택으로서는 이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고통 분담을 통해 직원을 거리로 내몰지 않고 살린다는 거창한 담론에서만이 아니라 회사를 직원들이 살려준다는 측면에서도 이해가 가능한 대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성장 정체 중에도 연구 인력을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저력을 비축했다가 IMF 국면에서 오히려 치고 나가 세계적인 밥솥 브랜드로 성장한 쿠쿠전자를 생각할 법 합니다. 팬택의 이번 결단도 인재경영의 한 사례로 이름을 남기는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