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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감단근로 고용불안 해소… 결국 탁상공론

김경태 기자 기자  2014.11.28 09: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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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은행원·승무원·전화상담사처럼 직접 고객을 응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서비스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고충이 노동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감정노동의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도 감정노동근로자 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아파트 경비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강남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A씨(53)가 과다한 업무와 폭언에 시달려 분신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정부는 사후에 경비·시설관리 등 감시·단속업무 종사 근로자에 대한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개선 대책을 추진키로 했지만 탁상공론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부적으로 정부는 경비·시설관리근로자 고용유지를 위해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 지원기간을 2017년까지 3년 연장해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고 연내 개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은 정년이 없는 사업장에서 60세 이상 근로자를 업종별 지원기준율을 초과해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분기당 18만원을 지원하는 것이며, 지난 2012년 감·단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률 인상에 따라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정부는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 기간을 연장해 내년부터 최저임금의 100%가 적용되는 경비·시설관리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관리업체 변경 등을 이유로 다수 인원을 감원하거나 부당하게 근로조건을 수정하는 경우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위법 사항에 대해 법적 조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비·시설관리 근로자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적정한 휴게시간 보장 등 근로조건 개선 추진과 부당한 고용조정 및 부당대우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방안은 아직까지 현실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A씨의 분신사고 후 문제의 압구정 신현대아파트는 용역업체를 바꾸기 위해 입찰 공고를 냈다. 아파트에서 독단적으로 용역업체를 바꾼 것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용역업체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당연히 이런 사항을 알고 있었던 만큼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경비근로자에 대한 주민 배려사항을 담은 홍보물 발송과 집중홍보로 경비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한다는 지침을 세운 것이다. 

아파트입주자대표는 공동주택이 전체 입주예정자 과반수가 입주를 완료한 경우 입주자들 스스로 동세대별 수에 비례한 대표자를 선출하고 선출된 인원으로 구성하는 당사자능력을 가진 비법인사단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관리규약 개정안 제안, 아파트관리방법 제안, 공용시설물 사용료 부과기준 결정, 단지 내 주차장·승강기 등의 유지·운영기준 및 행위허가 또는 신고행위 제안 등 중요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가졌고 경비원의 고용조정이 가능하다. 

이처럼 아직까지 아파트 경비원들은 입주자대표를 통해 결정되는 까닭에 고용불안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이 탓에 정부가 주창한 경비근로자 고용불안은 다른 나라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내놓은 감단근로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도 사후약방문식 땜질처방일 뿐이다. 지원기간을 2017년까지 연장했지만 이 기간 내에 명확한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들은 또다시 고용불안에 떨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많은 정책들과 방안들을 내놨지만 돌아보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은 거의 없었다.
 
카드 3사 개인정보유출, 빙그레 공장폭발, 경주리조트 붕괴, 세월호 참사 등에서 보듯 사건사고 발생 이후에 뒷북 정책 만들기에만 급급했다. 이번 경비근로자 고용불안에 대한 정책 역시 한 경비근로자의 자살로 만들어진 대책이다. 정부는 앞으로 정책이나 법안을 만들기에 앞서 현장에 직접 나서 면밀히 분석·파악한 후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을 제시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