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의도25시] 한화-삼성 빅딜과 김승연 회장의 의리

이보배 기자 기자  2014.11.27 12:51:3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이번 주 재계 최대 이슈는 한화그룹과 삼성그룹의 '빅딜'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화그룹이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 지분 인수에 결의, 두 계열사의 경영권 확보와 함께 삼성탈레스·삼성토탈의 공동경영권도 확보하게 된 것인데요.

그룹 간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아무래도 인수되는 계열사 인력의 고용승계와 전환배치 여부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입니다.

27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번 사업부문 빅딜의 대상이 되는 인력은 7500여명인데요. 삼성테크윈이 4700여명으로 65%가량을 차지하고, 삼성토탈이 1500여명,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탈레스는 각각 300여명, 1000여명입니다. 이와 관련 한화와 삼성은 임직원 고용 100% 승계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1998년 한화가 한화에너지를 현대정유에 매각하는 과정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한화는 매각 조건으로 임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했는데요.

실제 김 회장은 당시 현대정유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20억~30억원을 덜 받아도 좋으니, 직원들을 정리해고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해달라"고 제의해 약속을 받았습니다. 결국 계약이 성사된 후 한화에너지 직원 706명과 한화에너지프라자 직원 456명에 대한 완전한 고용승계가 이뤄졌습니다.

김 회장은 회사가 매각된 후에도 문화 차이 등을 이유로 그룹 복귀를 원하는 직원은 마지막 한 사람까지 받아주라는 지침을 내렸고, 실제 복귀를 원했던 임직원들은 그룹에 복귀했다는 일화도 유명합니다.

사실 김 회장은 임직원들 사이에서 '의리의 아이콘' '의리 있는 회장님'으로 불릴 만큼 '의리 일화'가 꽤 많은 편입니다. 

앞서 1995년에는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직원을 임원으로 승진시켰습니다. 김 회장은 당시 장애로 실의에 빠진 직원을 미국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조치했는데요. 한국에서는 장애인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많은 것을 감안한 배려였습니다.

또 1998년 퇴직한 전 한화증권 상무가 딸의 투병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위로금을 전달하기도 했죠. 이후 한화는 질환이나 투병생활로 어려움을 겪는 임직원의 가족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됐다 풀려난 뒤 보호관찰을 받아온 로버트 김씨를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는데요.

김 회장은 1997년 로버트 김이 미 펜실베이니아주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 수감된 당시부터 로버트 김 후원회가 출범한 이후까지 로버트 김의 가족에게 개인적으로 생활비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사실은 2005년 자유의 몸이 된 로버트 김이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밝히면서 알려졌습니다.

당시 한화그룹 측에서도 "회장님이 아무도 모르게 하신 일이라 지원액수 등 모든 사실에 대해 알지 못 한다"고 밝힐 정도로 주위 사람은 물론 그룹 내 측근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일 이후 김 회장은 로버트 김이 미국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된 탓에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해 눈치를 보던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용기 있는 일을 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한화그룹은 천안함 폭침 이후 희생장병 유가족을 우선 채용하겠다던 약속을 지킨 거의 유일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김 회장은 2010년 4월 천안함 사고의 진행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방위산업체를 경영하는 그룹으로써 유가족의 가장 절실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고 제의, 유가족에 대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화는 유가족 가운데 사망자의 직계 및 배우자, 사망자가 미혼이거나 부모가 없으면 형제자매 중 1명을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당시 천안함 용사 46명 중 37명의 유가족이 취업을 희망했고, 자녀가 어리거나 당장 취업할 여건이 안 되는 가족을 제외한 7명이 현재 한화 계열사에서 근무 중입니다.

일각에서는 '의리 경영'을 강조하던 김 회장이 배임과 횡령 혐의로 기소, 집행유예 선고받은 것을 두고 '왈가왈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 그룹의 성장시켰고, 그 과정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승부사적 리더십과 위기관리능력은 인정받아 마땅합니다.

이런 성과가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신용과 의리를 지켰던 김 회장의 인간적인 진정성에 있었던 게 아닐까요? 손익계산 없이 주변에 베푼 배려가 임직원들의 마음을 모아 '필사즉생'의 각오로 위기를 이겨내도록 이끌었다는 업계의 평가에 조용히 동조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