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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키운 '소상공인 생존가격', 공정거래법을 쏘다

2차 토론회 보충약속 지킨 학자&변호사 등 전문가들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1.26 18: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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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높았다. 외국 사례 등을 살펴봐 논의를 풍성하게 해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하지만 너무 생소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라 두번째, 세번째로 추가 논의가 이어지지 못하고 반짝 아이템으로 사장될 것이라는 우려도 그만큼 높았다.

'소상공인 생존가격' 개념 도입과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 손질 이야기가 처음 나왔던 지난 여름의 이야기다.

소상공인 생존가격이란 자영업자들이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출혈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최소한도의 이익 창출을 보장하는 가격선을 유지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다. 700만 소상공인 중 상당수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고 어려운 국민경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의 풀뿌리를 맡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도록 해 줘야 한다는 점에서 논의 초기부터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이 같이 일정한 가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면, 당연히 현행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로 규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생존가격 자체가 낯설어 이런 개념을 제도에 끌어들이면 법률 체계 전반에 무리가 갈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 여름 관련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릴 직후부터 전문가들이 한층 더 심도깊은 추가 논의를 해 그 성과를 다시 대중들에게 선보여 달라는 주문이 높았는데, 처음 생존가격 토론회에 역할을 했던 학자와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시간을 할애해 이번에 생존가격 논의를 탄탄하게 다시 선보인 것이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왜 상존가격인가?(II)' 토론회는 지난 번 논의의 장이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으니 해석상 불황 극복 등 정당한 예외 경우로 보도록 해야 한다거나, 특별법 도입이나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을 해야 한다는 현행법과의 갈등 극복이라는 표면적 문제에 집중한 데서 진일보했다.

공정거래법 시스템이 '경제 생태계'를 넓게 조망하는 퀀텀 점프를 해야 하고, 그 와중에서 생존가격 인정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전문가들이 이심전심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경제학자인 하태규 박사는 이날 "과거 공정거래법이 시장자유 보장이라는 근본주의적 관점에서 '탈레반'처럼 기능해 왔다면 이제는 '사회경제적 조건과 시대정신 변화' 속에서 조화롭게 역할을 하도록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존가격 도입이 공정거래법이 지향할 전체적인 경제 생태계 보호 관점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발제를 맡은 길기관·조영관 변호사는 미국 법조계에서도 '경쟁을 보호한다'는 개념에서 시각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7년 미 연방대법원의 Leegin 판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경쟁의 개념이 고정적인 게 아니라 경제 환경의 다변화 및 고도화에 조응해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 연방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100년 가까이 유지돼 오던 최저가격유지행위에 대한 시각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해외 케이스를 심층적으로 분석, 판례의 관점 변화를 평석해 냄으로써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생존가격 인정과 그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뤄져야 할 공동행위(가격결정)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증명한 것이다.

조승현 한국방송대 법학과 교수는 유럽연합(EU) 경쟁법이 옛 법의 제81조를 새 규정 즉 제 101조로 바꾼 것이 '경쟁제한적 합의가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독일 연방카르텔청의 '실질적 지침서'까지 연구해 "독일의 경우 일정한 '간이 카르텔'은 규제하지 않고 허용한다"고 말했다.

우리 공정거래법이 공동행위의 기계적 해석론에 매달려 생존가격 관련 시도를 원천 봉쇄하지 말고, 해외 선진국처럼 경제 생태계의 보호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문제를 다루는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2차 토론회는 지난 번 토론회에 이어 토론회도 애프터 서비스(AS)가 된다는 새 개념을 확인시켜 준 자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짧은 간격에도 불구하고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해 소상공인 생존가격 논의의 근육을 확실히 키웠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더욱이 공정거래법을 운용함에 있어 실질적 경쟁, 시장질서라는 문제를 경제 생태계 전체에서 보면서 합목적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문을 여러 연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놓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일부 갖고 있는 구태의연하고 경직된 요소들을 저격하고 합리적 개선을 촉구했다는 것.

이런 의미를 미리 알아보고 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이원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주최측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여야간 갈등으로 '예산 정국'이 냉각된 미묘한 시점에서 대선후보급으로 거론되는 정세균 새민련 의원이 시간을 할애해 이번 2차 토론회를 응원하러 모습을 나타낸 점도 관심을 모은다.

소상공인 생존가격이라는 논의가 폭발력있는 화두로 이미 격상됐음을 방증하며 거물급 정치인들도 이런 맥락에서 미리 관심을 드러냈다는 징표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