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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탐방] 젬백스 '바이오=사기' 트라우마 깰 비장의 무기는?

내년 1분기 전후 췌장암 신약 공개 "단일 치료제로는 세계 유일"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1.26 15: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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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표 바이오종목인 젬백스(082270)가 내년 췌장암 치료제 출시를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본격적인 상품 경쟁에 돌입한다. 세계 '유일무이'의 췌장암 치료약인 '리아백스주(GV1001)'가 내년 1분기 말 전후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전체 췌장암 환자 중 10% 정도에 공급하는 게 첫 해 목표다. 10여년에 걸친 연구와 임상실험 첫 과실의 수확이 눈앞이다.

젬백스는 25일 경기 판교 사옥에서 기업공개 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 업체 김상재 대표는 "450개가 넘는 글로벌 특허를 보유했고 연구개발(R&D) 비용으로만 한해에 최소 70억~80억원을 투자했다"며 "숨 가쁘게 달려왔던 만큼 내년이면 시장에서 회사 가치가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르웨이 백신업체 통 큰 인수…'췌장암 정복' 가시화

당초 반도체 필터 제조사로 출발한 젬백스는 전문의 출신 김상재 대표가 2008년 인수하면서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 김 대표는 그해 10월 SPC(특수목적법인) 자회사를 통해 노르웨이 백신 개발업체인 젬백스(Gemvax AS) 지분 전량을 사들였고 순수 R&D 전문 자회사인 카엘젬백스로 본격적인 임상실험에 착수했다.

회사는 발견과 수술, 치료가 모두 어려워 '나쁜암'으로 통하는 췌장암을 위시해 간암, 폐암 등 주요 암 치료제의 임상실험을 세계 각지에서 진행했으며 최근 시판 직전 단계인 임상3상 허가까지 마쳤다. 2000년대 초반 '황우석 사태' 탓에 국내 생명공학시장이 고사 위기에 놓은 가운데 뚝심으로 이뤄낸 성과다.

김기웅 IR총괄대표(이사)는 "바이오에 대한 트라우마를 앓는 한국에서 '바이오는 곧 사기'라는 공식이 고정관념이었고 개발 초기에는 의사들마저 '우리나라에서 항암제를 어떻게 만드느냐'고 비아냥거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임상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쌓이기 시작하자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질 정도로 시장의 기대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젬백스는 최근까지 주가가 급등락하며 줏대 없는 '테마주' 취급을 받아왔다. 부진한 주가에 질린 투자자들이 떠났고 정부 지원도 끊기면서 회사는 독자 생존을 추구해야 했다. 결국 기존 제조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카엘젬백스 R&D 투자에 쏟아 붓는 식으로 신약 개발을 강행했던 것.

그 결과 연결기준 연간 실적은 2011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고 매년 100억원 넘는 당기순손실과 -15%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재무제표가 악화됐다. 신약개발 한 건에 무려 900억원이 투입된 탓이다.

더구나 작년 미국에서 진행했던 백신 3상 임상이 기대에 못 미친 성과를 내면서 3만~4만원대를 웃돌던 주가는 3분의 1토막으로 주저앉았다.

김 이사는 "바이오를 비롯해 R&D기업들은 기술력 부족으로 망하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망한다"며 "정부지원 없이 제조부문 수익과 다양한 펀딩을 통해 연구자금을 댔는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실적악화로 보였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국내시판 눈앞, 자회사 합병으로 책임경영 증명

절망적이었지만 올해 9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리아백스주를 허가하면서 턴어라운드의 고삐를 쥐게 됐다. 또 정부로부터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면서 1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게 된 것도 호재다.

김 이사는 "국내 허가가 나온 직후 하루에 200통 넘는 환자들의 문의전화를 받았다"며 "리아백스주가 환자의 생명기간을 연장하는 것뿐 아니라 실험을 통해 통증을 눈에 띄게 완화해주는 만큼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유럽과 미국 등 해외시장보다 국내 출시가 생산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는 점도 국내 상품등록을 먼저 추진한 이유다. 회사 측은 내년 1분기 이후에는 시장의 오해와 편견이 희석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아백스주는 현재 글로벌 제약사인 벨기에 론자(Lonza)가 위탁 생산 중이다. 젬백스는 국제 규격에 따라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고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상용화에 대비하고 있다.

김 이사는 "세브란스와 서울대병원 같은 대형병원에만 췌장암 환자가 2000명 가까이 된다"며 "이들 한 곳에만 약품을 납품해도 예상매출이 충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자회사 카엘젬백스는 지난 22일 모회사에 흡수합병됐다. 노르웨이 법인 인수를 위해 설립했던 SPC를 본사가 완전히 끌어안은 셈이다. 일각에서 신약 테마로 주가를 띄운 뒤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나왔던 만큼 의미 있는 변화다.

김 이사는 "노르웨이 젬백스를 1000만달러에 인수할 때 SPC 형태 법인을 활용했는데 최악의 경우 2000만~3000만달러 수준에서 매각하는 안도 염두에 뒀었던 게 사실"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이제는 회사가 투자와 매출을 모두 책임지는 '책임경영'의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