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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호랑이 이긴 양' 양용은式 생존법

압박과 긴장 털고 냉정한 관찰자로 나서야

이홍규 현대증권 광산지점장 기자  2014.11.24 09: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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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골프선수로 최경주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2002년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에서 우승한 후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경주와 엇비슷한 나이로 PGA 투어에서 우승한 이로 양용은 선수가 있다. 최경주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는데 그는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에 역전승하며 아시아 남자 골프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건 단지 게임일 뿐이다. 타이거 우즈가 나를 때리는 것도 아니다. 즐겁게 플레이를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PGA 챔피언십 우승 직후 양용은 선수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제주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골프연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을 줍는 일로 처음 골프세계에 입문한 그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이기고 최정상에 선 것이다.

골프의 변방 출신이 골프황제와 단둘이 라운딩을 하는데 긴장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것은 마치 두메산골에서 갓 상경한 시골뜨기가 임금님과 겸상하게 된 상황과 비슷하다.

눈앞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지만 분위기에 압도되어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것이다. 아득한 상황 한가운데에서 양용은 선수는 "이건 단지 게임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즐겁게 플레이하면 된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스포츠 경기 도중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왕왕 회자된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힘이 많이 들어간 공격수는 어이없는 공중볼로 득점 기회를 날려버리고 내로라하는 피겨선수는 트리플 악셀 후 엉덩방아를 찧는다. 수능시험장에서 시험지를 받아 든 수험생이 압박감과 긴장 때문에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은 긴장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스스로 실력 발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태임을 뜻한다.

주식투자는 많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배팅을 할 때 긴장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다만 그 긴장 속에서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헤아려야 할 것을 헤아리지 못할 때 문제가 생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듯 그 긴장감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명징한 마음가짐과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냉정한 시각이 필요하다.

땅 위에 발을 딛고 있는 모든 동물은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 시베리아의 설산을 누비다 사냥꾼의 덫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 들어선 호랑이도, 사자의 날카로운 이빨에 목덜미를 물린 가젤도 절대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는다.

시장이라는 거대한 상대와 겨루고 있는 투자자는 스스로를 동정하거나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압박과 긴장을 떨쳐내고 나아가 냉정한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주식투자라는 비정한 세계에서의 승리를 담보할 가장 적절한 태도일지 모른다.

이홍규 현대증권 광산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