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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진 KCC 회장 '가족애'에 투자자 '섭섭'

KCC건설·현대중공업 잇단 현금지원…주가하락·배당부진은 외면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1.23 15: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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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몽진 KCC(002380) 회장이 3000억원을 들여 현대중공업(009540) 지분 인수에 나선다. 표면적으로는 주요 고객사에 대한 전략적 투자지만 범현대 계열, 정확히는 사촌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를 돕기 위해 나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과 KCC가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가족애'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20일 현대중공업 계열인 현대삼호중공업이 KCC 주식 80만3000주(4150억원 상당)를 한꺼번에 팔아치우면서 KCC 주가가 3거래일 동안에만 7% 가까이 밀리는 등 수급 악화가 현실화됐다.

그럼에도 회사는 주요 자산으로 꼽히는 경기도 수원 소재 토지 일부를 외부 운용사에 넘겨 현대중공업 지분 매입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더구나 올해 3분기 유보율(기업이 동원 가능한 자금량 지표)이 8000%를 웃돌 정도로 자금 상황이 좋지만 정작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수익률은 2012년 이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주요자산 연이은 매각…관계사 지원용?
 
KCC는 20일 보유 중인 수원 부지 4만3424m²(약 1만3000평)를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매각자금은 현대중공업 지분 243만9000주(3.2%)를 사들이는데 투입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결정이 KCC에 적잖은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주요증권사들이 일제히 KCC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고 추가적인 현금지원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현대삼호중공업(현대중공업 계열)이 KCC 지분 80만주 상당을 매각해 수급이 악화된 상황에서 KCC가 계속 관계사 지원에 나서는 것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CC는 최근 실적부진에 빠진 KCC건설로부터 305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식으로 자금을 댔고 3000억원 상당의 롯데몰임차권 계약과 제일모직 지분 매각을 통해 계속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 자금이 또 다른 관계사 지원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주요 매출처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확보해 교섭력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KCC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산업 △현대종합상사 △쌍용차 △벽산 △한라 등 관계사 지분을 총 7000억원 상당 보유하고 있다. 또 2011년 말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지분 17.0%를 취득해 삼성그룹 관련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2012년 이후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도료 매출을 거두고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CC가 매출의 절반을 고객사에서 거둬들인데 비해 거래처 영업상황이 나빠져도 손익 변동성은 낮다"며 "지분 보유를 통해 그만큼 교섭력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덕분으로 이번 현대중공업 투자도 비슷한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오버행·자산가치 하락, 주가 사흘 만에 7% 빠져

하지만 당장 기존 주주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최근 주가급락에 시달리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배당확대 시사와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KCC의 행보는 엇박자에 가깝다.

먼저 범현대 계열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시간외 거래를 통한 블록딜(대량매매)로 주가 하락을 부추겼고 현대미포조선 등 KCC 지분을 보유한 다른 현대중공업 계열사의 오버행 이슈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현대삼호중공업의 블록딜과 KCC의 현대중공업 투자 공시가 같은 날 이뤄졌다는 점도 의구심을 키웠다.

일단 현대중공업 측은 의도적인 현금지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현금 확보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KCC와의 지분거래건도 매각방식이나 시기 등 핵심적인 사항도 정해지지 않았고 매각대상으로서 매수자의 결정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여기에 KCC가 롯데제과, SK텔레콤, 남양유업 등과 함께 유보액대비율이 50%를 웃돌아 배당여력이 큰 종목으로 주목받아왔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현재 사내 잉여금(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급의 총합)은 4조6000억원 규모로 이를 자본금으로 나눈 유보율이 8175%에 이른다. 그만큼 회사가 외부 차입이나 자산매각을 하지 않더라도 당장 동원 가능한 자금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배당확대 정책이 강조되면서 유보율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배당기대감에 따른 투자 수요가 집중돼왔다.

하지만 KCC는 2012년과 지난해 각각 783억원, 주당 80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것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97억원, 주당 1000원을 배당하는 것에 그쳤다. 주당 배당금이 1년 만에 8분의 1로 쪼그라든 셈이다. 배당수익률은 2012년 2.7%에서 지난해 1.7%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으며 올해와 내후년까지 1.6%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KCC 측은 "이번 공시와 관련한 사항은 전략적인 투자라는 게 회사의 공식 입장"이라며 "관계사 지원이라는 지적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문은 차후 투자수익률로 확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