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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가 전력망부터 군잠수함까지…숨은 공신 "KERI의 힘"

국가산업 발전 기여 임무 수행 '한국전기연구원' 창원 본원 방문

최민지 기자 기자  2014.11.23 15: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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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가산업 발전 기여를 임무로 삼은 곳이 있다. 바로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국전기연구원(원장 박경엽, 이하 KERI)이다. 16만7989㎡에 달하는 부지면적만큼 다양하고 핵심적 연구개발을 위한 사업이 진행되는 KERI는 예산의 75.8%를 자체수입으로 충당하며 국가의 전기분야 관련 핵심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전기전문 출연연구기관 KERI는 최근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 순수기술로 차세대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발전응용프로그램이 전력거래소에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 

전기는 저장할 수 없는 특징을 지녔다. 생산한 만큼 사용해야 한다는 것. 생산보다 사용이 많으면 정전사태가 발생하며, 더 많이 생산하게 됐을 때는 버릴 수밖에 없다. 이에 전기 수요를 예측해 생산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인데, 기존에는 국내서 프랑스 제품을 사용해왔다. EMS 해외도입 비용은 400억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KERI의 차세대 EMS 구축으로 비용 절감뿐 아니라 세계에서 5번째로 국산 기술로 EMS를 상용화했다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이는 국가전력망 전체를 움직이는 거대 운영체제인 차세대 EMS를 우리나라가 직접 개발했다는 성과 외 동남아시아 및 중동 등 해외로의 EMS 수출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중부양이 '눈앞에' 초전도 현상으로 가능

이러한 성과 외 KERI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 진행하며 국가 전력 산업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1일 창원 본원에 위치한 여러 시험동 방문을 통해 KERI가 진행하는 주요 사업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초전도연구센터에서는 저손실·고효율·친환경 기술로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 자원 위기 및 환경문제 극복에 공헌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날 하동우 초전도연구센터장이 KTX 열차 모형에 액체헬륨을 쏟아 붓자 바닥에 모형이 떠 있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공중부양을 과학적 원리를 통해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이는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을 활용한 것으로 △전력저장장치 △자기부상열차 △전기선박 추진체인 모터 등에 기술 접목이 가능하다. 

또, 기존 의료기기인 MRI·NMR 의 신뢰성 및 고효율성을 높이고 초전도 자기분리장치로 오폐수율 정화시설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이다.

특히, 이 기술을 통해 9개 기존 구리케이블을 하나로 대체 가능한 만큼 더 많은 전력을 흘려보낼 수 있는 초전도 케이블은 대량 전력 수송뿐 아니라 장거리 송전에도 유용하다. 

하동우 센터장은 "기존에는 전력을 많이 보내려면 전압을 높여야 하는데 이 기술은 냉각을 통해 이뤄지므로 전압도 낮아 친환경적이다"며 "고압선 지역 거주 주민들의 불편도 함께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낙뢰가 번쩍

고전압시험동에서는 인공낙뢰 시연이 마련됐다. 이날 160만볼트 낙뢰를 시연했는데 10초 카운트 후 쾅하는 소리와 함께 번쩍하는 낙뢰를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고전압평가실은 전력계통 교류전압 7만2000볼트(V) 이상에서 76만5000볼트급(765kV-우리나라 최고 계통전압) 기기들의 절연설계 성능을 평가하는 곳이다.

전력전송을 위해서는 △개폐장치 △변압기 △케이블 △절연물 △철탑금구 장치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기들이 사용 중 외부로부터의 낙뢰와 과전압 등의 전기적 환경이나 우수·먼지·염분과 같은 기후 환경 등의 영향을 받게 되면 기기의 절연성능이 저하된다. 이에 대한 절연설계가 돼있지 않으면 절연파괴 등 계통 고장을 초래한다. 

이에 고전압평가실에서는 계통의 이상 환경을 모의해 여러 가지 전력기기의 절연설계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전력평가실은 전력기기에 대한 여러 시험항목 중 실제 단락사고 모의시험을 통해 전력기기 성능에 이상이 없는지 검증한다. 전력계통에서 단락(합선) 또는 지락(대지와의 접촉)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전력기기가 이를 차단해 대형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지를 시험한다.

현재 KERI는 4000MVA급 대전력시험설비를 창원에 갖추고 있으며, 4000MVA급 대전력시험설비 증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증설사업비는 총 1600억원에 달하며,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전체 용량은 8000MVA에 이르게 된다. 이는 세계 3위 수준으로 원자력 발전소 8기 용량 설비를 동시 시험할 수 있는 규모다. 

◆예측 불가 '바람' 제어로 에너지 전력생산 효율화

신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전력망 스마트배전연구센터 김종율 박사팀은 풍력발전단지에서의 풍력발전기 전체 출력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이 제어 시스템은 전력공급자인 한전 또는 전력거래소에서 요청하는 그리드코드(Grid Code)에 대응해 필요한 만큼만 풍력발전기에서 발전하도록 출력을 제어해 계통에 공급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풍력발전은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가 돌아 전력을 생산해 사용하는 방식인데, 최근 풍력발전단지로 대용량·집중화되는 가운데 전력시스템 안정적 운영이 주목되고 있다. 

김종율 박사는 "바람이 부는 만큼 전기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일관성 없게 전기가 만들어져 운영하기 어렵다"며 "만들어지는 양과 소비하는 양이 일치돼야 전력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에 그리드코드에서는 전력을 계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력거래소에서 풍력발전단지에 전기양 10을 요청하면 20을 생산할 수 있더라도 10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해야 한다.

김 박사는 "국내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에 있어서는 향후 풍력발전기뿐 아니라 풍력발전단지 두뇌역할을 하는 출력제어시스템을 턴키방식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을 확보했다"며 "전단지 출력제어시스템은 비단 풍력발전뿐만이 아니라 태양광 발전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시스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외에도 KERI는 전기선박육상시험소(LBTS)를 설립하고 있다. LBTS는 △잠수함 추진체계 주요장비의 통합성능 사전확인 △운영 시나리오별 운전성능 확인 △기술적 위험요소 사전식별 △대책수립 후 탭재 전 보완 △고장 및 비상상황에 대한 시험수행을 담당한다. 또, 군잠수함에 활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LBTS는 세계적으로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몇개국에서만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처음 구축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KERI는 잠수함 등 전기추진 선박의 성능평가로 기술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