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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포스코 ①태동과 성장…기적의 포스코

아무도 믿지 않았던 일관제철소 건설…영일만에서 광양만 신화까지

이보배 기자 기자  2014.11.20 17: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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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포스코 1탄 태동과 성장에 대해 살펴본다.

1960년대 후반 우리나라는 자본과 기술, 경험은 물론 부존자원마저 없어 일관제철소의 건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였다. 그러나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당시 포항제철 사장)을 비롯한 포스코맨들은 온갖 어려움을 딛고 영일만에 종합제철소를 성공적으로 건설했으며, 잇따라 광양만에 세계 최신예 최대 제철소 건설을 성공시켰다. 영일만과 광양만의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가장 저렴한 건설비로,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완공

포항제철소가 건설되기 전 우리나라의 철강산업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우리정부가 철강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최초의 종합제철 건설 계획을 세운 것은 1958년 자유당 정부 시절이었지만 연간 선철 20만톤 생산을 목표로 했던 이 계획은 자금 부족, 정국 혼란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1967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제철소 건설 시도가 모두 무위로 끝나버렸다.

종합제철소 건설 계획이 보다 구체화된 것은 1961년 박정희 대통령 취임 이후다. 정부는 철강산업이 다른 산업에 기초 소재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빈곤에서 탈피하고 자립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제일 먼저 기초를 다져야 할 필수 산업임을 인식, 조국 근대화라는 국가적 비전을 이루기 위해 종합제철소 건설을 구상했다.

이후 1968년 4월1일 34명의 임직원들이 모여 창립식을 열고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를 공식 출범시켰다. 당시 박 대통령은 기업의 안정성과 순조로운 건설을 위해 특별법에 의해 정부의 재정지원과 조세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형태로 출발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해외 철강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의 자율성과 조직의 기동성을 보장하고, 철저하게 책임경영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상법상 주식회사 형태를 고집했다.

이어 포스코는 1970년 4월1일 온 국민의 성원 속에 조강연산 103만톤 규모의 1기 설비를 착공했고, 1기 건설착공 3년 2개월만인 1973년 6월9일 우리나라 최초의 용광로를 준공, 첫 쇳물을 생산하는 역사적인 감격의 순간을 맞이했다.

제철소 건설은 본래 제품이 생산되는 순서에 따라 제선·제강·압연공장 순으로 건설하는 포워드 방식이지만 포스코는 제품생산 공장부터 건설하는 백워드 방식을 택했다.

생산공정이 짧은 압연 및 제강공장을 먼저 완성해 수입한 반제품으로 완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생기는 이윤을 나머지 공장건설에 투자하며 제철소를 완성해 나갔다.

그 결과 포스코는 주설비 착공 13년만에 910만톤 체제의 대단위 제철소를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건설비로,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완공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260만톤 체제의 2기 설비를 준공한 1976년 5월 이후부터 우리의 철강생산 능력이 북한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910만톤 체제가 완료된 1983년 5월에는 2배 이상의 조강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더불어, 1기 가동 6개월만인 1973년 말 46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이래 매년 흑자행진을 지속하면서 2기부터 자체자금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설비확장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당시 박 대통령은 성공적인 제철소 건설에 고무돼 포항제철소 확장사업과는 별도로 조강 연산 1000만톤 규모의 제2 제철소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1978년 10월 제2제철 실수요자가 포스코로 확정되면서 광양에 4기에 걸친 총 114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립이 시작됐다.

포스코는 국내 건설사상 초유인 바다 위에 제철소를 건설하면서도 과거의 경험에서 축적된 역량을 토대로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투자비를 대폭 절감했다. 이로 인해 1992년 10월2일 대역사 종합준공을 함으로써 광양제철소는 최적의 생산규모를 갖춘 세계 최대의 단일제철소이자 21세기 최신예 제철소로 모습을 드러냈다.

광양 4기의 준공으로 포항제철소는 고급강 위주의 다품종 소량생산에 치중하고, 광양제철소는 열연 및 냉연제품 위주의 소품종 대량생산에 주력하는 등 제철소별 특성에 맞는 제품구성을 추구, 포스코는 인력 및 비용 등 생산원가의 절감과 함께 설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바람직한 민영화…민영화 성공으로 새로운 도약  

포스코는 한국전력이나 KT 등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다른 공기업과는 달리 정부가 대주주인 상법상의 주식회사로 설립함으로써 민간기업의 효율성과 전문경영인에 의한 철저한 책임경영을 견지해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 세계 대부분의 철강업체들은 국영이거나 국민경제의 핵심 산업체로 정부의 강력한 규제 아래 운영됐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 세계 각국이 민영화와 탈규제를 추진함에 따라 공기업의 존재기반이 약해져 영국 브리티시 스틸을 시작으로 1990년대 초반까지 중국, 베트남 등 일부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철강업체들이 소유와 경영이 엄격히 분리된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와 관련 우리정부도 1998년 7월, 21세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등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의 도래로 경직된 공기업 형태의 경영구조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데 공감한다. 

무엇보다 1997년 IMF 외환위기의 조기 극복을 위해 정부 지분 매각 수입을 국민 경제의 구조조정 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국가경제 회복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포스코를 최우선 민영화 대상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이는 포스코가 여타 공기업과는 달리 시장경제의 원리가 최우선시되는 국제무대에서 무한경쟁을 벌이는 상업성이 강한 기업으로, 국내외 투자가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영화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주효했다.

다만 철강이라는 소재 산업의 특성상 특정 세력이 대주주가 될 경우 사적 목적을 위해 기업자원을 활용함으로써 경제력 집중과 시장질서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대주주 없이 지분을 골고루 분산해 민영화했다.

2000년 10월 민영화 이후 포스코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와 선진형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전문경영진과 주주 권익을 대변하는 이사회가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기업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하게 된 것.

이를 위해 포스코는 1997년부터 사외이사 제도를 국내 대기업에서는 최초로 도입했고, 현재 사외이사가 전체 이사회의 60%를 차지한다.

'POSCO the Great' 권오준 회장의 경영전략…또 하나의 기적을

이제 포스코는 명실상부 글로벌 No. 1 철강사로 우뚝 섰다. 포스코는 일본·중국·동서남아시아·미국 등에 거점 법인을 운영하면서 전 세계 14개국에 29개 회사, 47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1년에 뽑아내는 쇳물의 양으로는 세계 6위지만 경쟁력으로는 사실상 No. 1이다. 세계적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전 세계 36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평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5년간 7회 연속 1위 자리에 오른 것.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취임한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의 지난 성공 신화를 바탕으로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POSCO the Great'로 집약되는 경영 전략이 그것이다.

외형 성장 위주에서 내실 있는 성장, 즉 가치 중심의 경영으로 포스코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포스코그룹의 투자사업을 조정하겠다는 복안이다.

먼저 철강투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솔루션마케팅 강화 △글로벌 고객서비스체계 구축 등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투자 위주로 개편할 계획이다.

철강사업에서는 자동차·해양·에너지 등 수익성과 성장성이 양호한 7대 전략산업을 선정해 판매를 확대하고, 수익성이 우수한 월드 프리미엄 제품 판매비율도 높일 방침이다.

또 시장이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적기에 개발하고 사용기술도 함께 제공하는 솔루션마케팅을 강화하는 동시에 2016년까지 해외 전 생산법인의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신성장사업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메가성장동력을 육성한다. 신사업에 대해 기술경쟁력·사업적합도 등을 평가해 에너지 스토리지 소재와 니켈 융복합 제련을 '원천소재', 연료전지와 청정석탄화학을 '청정에너지'로 꼽아 메가성장엔진 두 축을 선정했다.

포스코는 이 같은 신경영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16년 단독기준 32조원 매출액에 3조원의 영업이익, 9%대 영업이익률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창립 이후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이끌어온 포스코가 새로운 성공 역사를 창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