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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임금 침전의 철통보안시스템 '강령전'

최지혜 학생기자 기자  2014.11.20 15: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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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조선의 궁궐이라고 하면 경복궁이 먼저 떠오르죠. 조선의 정궁이었던 경복궁은 만인이 우러러보는 임금이 거주하고 정치가 행해지는 궁궐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만큼 근엄한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기리고 보전할 가치가 큽니다. 그런데 이 경복궁에 임금을 위한 아주 훌륭한 보안장치가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왕의 침소로 쓰였던 강녕전의 방주, 즉 네모난 기둥입니다.
 
'강녕'은 다섯 가지 복을 뜻하는 단어 중 셋째에 해당하는 '건강하게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도전이 '오복' 중 하나인 '강녕'을 전각의 이름으로 삼은 이유는 군주가 나라를 잘 다스렸을 때 비로소 오복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군주의 자세를 하필이면 왜 왕의 침전인 강녕전을 통해 논했을까요? 이곳이 여러 이목을 떠나 왕이 편히 거처하는 곳이기에 쉽게 나태해지는 것을 경계하고자 하는 뜻이 담겼다고 합니다. 

이렇듯 임금이 마음 편히 머무르고 수라를 들며 심지어 잠을 청하는 곳이라면 궁궐 내 어느 곳보다 더욱 보안이 철저해야 할 텐데요, 지금처럼 폐쇄회로(CC)TV나 무전기가 없던 시절에 우리 선조들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강녕전의 네모난 기둥이었습니다. 

원래는 '천원지방'의 원리로 임금님이 주로 머무시는 중요건물에는 둥근 기둥을 사용하고 그 외에는 네모난 기둥을 썼는데요, 둥근 기둥이 쓰인 대표적인 예가 경회루의 안쪽기둥, 정사를 돌보던 근정전,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싸며 복도를 이루고 있는 행각입니다. 

사극 드라마에서 무수히 많은 원기둥이 있는 근정전 행각을 근엄한 표정의 왕이 신하들을 이끌고 정사를 논하러 가는 장면이 기억나시나요? 그런데 지존을 상징하는 둥근 기둥을 임금이 잠을 자는 곳에도 쓴다면 적이 쳐 들어왔을 때 쉽게 위험에 노출될 겁니다.

그래서 이를 염려한 선조들은 강녕전의 외부는 네모난 기둥을 사용한 반면, 안쪽은 둥근 기둥을 세웠습니다. 바깥에서 보면 임금님이 침수 드신 곳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말이죠. 강녕전의 기둥들이야 말로 철통보안을 책임졌던 그 옛날 최고의 경비원이 아닐까요.

이렇듯 우리 궁에는 기둥 모양에도 제각각 이유가 있고 작은 조형물의 유무에도 그 의미가 있습니다. 숨은 지혜를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궁궐을 돌아보며 선조들과 호흡하는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하네요.

최지혜 학생기자 /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