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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끝나지 않은 비정규직의 수레, 영화 '카트'

추민선 기자 기자  2014.11.19 15: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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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3일은 전태일 열사의 44주기였다. 전태일 열사는 봉제노동자로 일하면서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다가 1970년 11월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전태일 열사의 44주기에 맞춰 개봉한 영화 '카트'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 개봉 후 뜨거운 반응에 정계의 관심도 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국회의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카트는, 2007년 이랜드 홈에버 사태를 재구성했다. 당시 홈에버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계산원 등 500여명의 노동자들은 2007년 6월30일 서울 마포 상암동에 위치한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무려 512일간 진행된 파업은 2008년 11월13일 종결된다. 노사 협상 결과 해고자 28명 중 12명의 노조간부는 퇴사, 16명은 복직한 가운데 '노조간부의 희생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영화는 말한다.

영화는 하루아침에 해고된 노동자들이 부당해고에 맞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투쟁하는 과정을 담았다. 500여일 동안 노동조합을 해산하기 위한 회사의 회유와 압박, 폭력진압 과정도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한다.

홈에버 노동자들의 파업은 2007년 7월1일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던 날 시작됐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2006년 11월30일 국회를 통과하고 2007년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 이후 2009년 7월1일 5인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에서 '비용절감법'을 만들었다며 인건비 절감과 고용 유연성을 이유로 비정규직 보호법을 도입하기 시작, 급속히 확산시켰다.

여기 더해 기업들은 비정규직 근로자 2년 이상이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체결 근로자로 전환(무기계약직)해야 하지만 2년이 되기 전, 해고를 단행하면서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2년 만에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기업을 위한 법이 생기고 만 것이다.

한편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고용불안에 따른 기간 연장을 바란다는 게 그 이유라고 전해진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변화가 가장 절실하다. 이와 관련 기업들의 변화를 부추기려면 '근로자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기업'은 계속해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는 기업이 아무리 부당한 행위를 해도 내가 사고 사용하는 서비스와 그 기업의 부당행위가 별개 문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불매운동이나 비판을 통해 기업들이 나쁜 버릇을 억지로라도 고쳐야 한다는 역설이다. 

영화에서 '반찬값이나 벌려고 온 아줌마들이 무엇을 알겠느냐'고 말하는 회사에 맞서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우리의 부모, 형제, 그리고 이웃이다. 또한 이들은 반찬값이 아닌 생계를 걸고 최선을 다해 묵묵히 근무한 성실한 일꾼들이다.

영화를 통해 부각된 비정규직 문제가 잠시 스치는 이슈로 남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부당한 기업 행태에 국민 모두가 반응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더이상 바른 기업·착한기업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국민 심판자'의 역할을 다시 되새겨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