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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소상공인 생존가격? … 경제 어젠다 전성시대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1.19 18: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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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바보야, 문제는 '경제'라고!(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짧은 구호는 1992년 미국 대선의 결과를 바꾼 선거전략의 '명작'으로 지금도 회자된다.

이라크의 폭주에 제동을 건 부시 행정부(아버지 부시 대통령)는 국내 문제, 즉 경제를 파고드는 데 집중한 젊은 정치인 빌 클린턴의 전략에 발목을 잡혀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다. 

경제의 무서움을 잘 대변한 케이스인 동시에, 짧고 간명한 개념 정립으로 어려운 문제를 단번에 대중에 이해(나쁘게 보면 선동일 수도 있지만)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킨 경우다.

이런 가운데 국내 경제전략 논의 과정에서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한 '어젠다 세팅' 사례가 의미있게 시도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실물경제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어려운 이슈, 생소한 개념을 거론하거나 낯선 접근각도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 관심을 두지 않는 냉소적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또 빠듯한 상황 속에서 자신과 이웃에 밀접한 문제인 것까지는 느끼더라도 여유롭게 들여다 볼 여력이 없는 층도 점차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론적인 정강정책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문제의 핵심을 잘 짚고 해법을 고심하는 신개념 정립과 현실에의 접목 가능성을 보여주는 비젼 제시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

이 관점에서 최근 눈길을 끄는 개념으로는 '소득주도 성장'과 '소상공인 생존가격'이라는 양대 담론이 있다.

소득주도 성장은 현재 정부와 여당이 피치를 올리고 있는 '초이노믹스'를 견제하기 위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식 경제 개념의 완결판이다.

지난번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 또 박근혜 정부 들어 제1야당이 큰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서 보듯, 민생경제와 관련해 새정연이 그간 피부에 와닿는 이슈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다는 반성에서 고심 끝에 탄생한 개념으로 읽힌다. 

그런 한편, 새정연이 '을지로위원회는 나름대로 신선하고 선전했다'는 평을 얻는 등 작은 성과나마 민생 밀접성 저변 다지기의 중요성을 확인한 경험도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 담론은 현재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문 의원은 지난 12일 '소득주도성장 토론회'을 주최하고 "소득주도형 성장전략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소득이 증가하면 그만큼 소비가 확대되고, 내수가 살면 일자리가 늘어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생활소득을 높여 국민 기본소득 보장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 워킹 푸어에 대한 차별을 해소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제도화 △부자감세 철회, 복지재원 마련 △일자리를 통한 복지 등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5가지 과제를 소개했다.

이는 모호하게 느껴지던 새정연의 경제 전략을 한층 세밀하게 그려내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 생존가격의 태동과 진화 과정은 한층 더 드라마틱하다. 이 개념은 간단히 말하면 소상공인들이 출혈 경쟁을 벌임으로써 공도동망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제동을 걸고 이를 통해 최소 생존 가능 소득은 올릴 수 있게 해 주자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 현행법상 가격담합규제의 예외를 제한적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이다. 공정거래법 등 개정이나 특별법 마련이 필요하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이 긍정적으로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레이스 완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 개념은 신진기예한 소장학자에 의해 본격적으로 불이 당겨졌다. 경제학 연구자인 하태규 박사가 논의 구체화 과정에 적잖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개념의 탄생이 지난 번 토론회 이후 어느 정도 완성됐다면, 오는 26일 2차 토론회가 마련돼 생존가격 판정과 발동 가능성의 공정화를 담보할 중립기구 구상이라는 그 다음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하 박사가 발제자로 나서고 유종일 KDI 교수가 토론 좌장을 맡는 등 관계와 학계, 시민사회계의 무게 있는 인물들이 다수 참석한다.  

이런 상황은 어젠다 세팅의 중요성을 '광고 카피 뽑아내기식'의 단편적 전술로만 이해해온 국내 사정에 변화가 일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읽힌다.

민생경제 형편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연구자들이나 정치권 등이 민생현안과의 접목 가능성이라는 측면과 대중적 공감대 확보를 동시에 고민하고 또 말을 걸고 나섰다는 점에서 상호 교류와 발전이 기대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