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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엔지니어링 합병무산, 그룹재편 제동 건 '시장의 힘'

차세대 동력원 마련 그룹 고심 더 깊어질 듯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1.19 1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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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됐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 계약을 해지하기로 의결했다.

당초 삼성중공업이 엔지니어링을 흡수하며 합병회사를 2020년까지 연매출 40조원 규모의 종합플랜트 회사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은 이로써 밑그림으로만 남게 됐다. 이 같은 거대한 플랜을 좌초시킨 것은 '시장'의 힘이었다.

지난 17일 주식매수청구 마감 결과 주주들이 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주식이 두 회사를 합쳐 이미 1조원을 넘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합병 구상이 처음 윤곽을 드러낼 당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으로 삼성중공업 9500억원(발행주식의 15.1%), 삼성엔지니어링 4100억원(발행주식의 16%)이 제시됐으나 이를 모두 무력화할 만큼 시장 반발은 컸다.

승계구도 정리 브레이크 건 '시장' 

시장은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가 마땅찮다고 봤다. 부채만 많고 시너지가 빠른 시간 내 나오기 힘든 덩치키우기 구상으로 합병 추진안을 본 셈이다. 이로써 주가 하락으로 시세와 매수청구가의 격차가 커지는 상황이 빚어졌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도 매수 청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내 중공업 계열 구조 개편이라는 시도는 이렇게 불발됐다. 최근 진행돼 '흥행'한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SDS 상장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중공업 부문과 건설 부문 재편 등 사업 조정 추진은 삼성이 연이어 추진 중이던 사업 재편에서도 후반부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꼽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다음 세대, 즉 3세를 위한 승계를 위한 재편이라는 의미가 강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재편은 최근 필요성이 높아진 삼성의 대대적인 '사업 조정'과 맞물려 더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차세대 신동력원 창출 어느 방향으로?

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을 합치는 것은 설계기술 등 핵심역량이 필요한 쪽(삼성중공업)과 해양 플랜트 등 신규 분야 진출(삼성엔지니어링)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양쪽이 윈윈 가능한 의미가 있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부문 침체로 매출 정체 상황에 직면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의 3세 승계 작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려면, 그룹 전반의 원활한 수익 창출이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최대 수익 구조였던 스마트폰 시장 매출이 둔화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사업구조 개편을 더 전략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높다는 것.

그러나 시장은 이런 장기적 포석이나 그룹 전반의 연쇄 파급 효과에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삼성이 앞으로 진행할 그룹 전반의 재편-승계 과정이 물 흐르듯 아무 반대 없이 진행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킨 점이어서 주목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속세 부담을 위한 막대한 재원 조달 방안 외에도 삼성그룹이 신경 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고, 주주 이익이라는 기본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이 울린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