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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병원 갔다 병 옮아올라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1.18 10: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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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어느 소아과 병원의 대기실 풍경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물 봉제인형이 여럿 놓여 있어 기다리느라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요.

병원의 배려라고 볼 수 있지만, 막상 이런저런 병으로 온 불특정 다수의 아이들이 갖고 놀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큰일 날'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병 고치러 병원 갔다 오히려 병에 옮는다는 걱정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면역 기능이 약한 아이들을 둔 부모의 경우 이런 우려가 더 높은데요. 실제로 병원 내에서 감염되는 문제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됐지만 국내 관리실태는 허술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병원 내 2차 감염'이라고 하면 입원 후 48시간에서 72시간 이후에 새로 발생하는 감염으로 병원성 미생물에 노출되거나 이미 갖고 있던 내인성 미생물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잠깐 통원 치료를 왔다가 옮는 경우는 그나마도 관심 대상에 오르지 못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2차 감염의 경우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병원 내 2차 감염이 발생해도 보고 의무가 없어 집계된 감염률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보고 후 사후처리에 대한 가이드 라인도 없어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같은 당의 윤재옥 의원이 국공립 대학병원에서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사례가 심각하게 많음을 언급한 것을 같이 생각하면 관리 문제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기도 감사관실 역시 지난 여름에 도내 병원에서 '병원에 갔다가 병 옮는 문제'를 조사한 바 있는데요. 72개 병원은 감염병을 진단하고도 총 2974건을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확진자가 54개 병원에 889건, 의사환자가 48개 병원에 1천779건, 병원체보균자가 8개 병원에 306건에 달했다고 하니 '병원에서 병 얻어 오는 문제' 더 나아가 '의사 선생님에게서 병 옮아오는' 상황이 비단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염 보고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주문이 높은데요. 제도도 제도지만, 저 인형처럼 병원 내에서 각종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채 이뤄지는 자잘한 문제들이 어서 한 걸음 더 개선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