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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카드·현대차, 복합할부 수수료 합의… 고객 혜택은?

카드·캐피탈업계 "현대캐피탈 독과점 심해질 것" 주장

이지숙 기자 기자  2014.11.17 21: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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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두고 장기간 갈등을 겪은 KB국민카드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1.5% 수수료율로 가맹점 계약을 체결했다.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갈등으로 고객 이탈 및 매출하락이 우려되자 양사가 한발씩 양보하며 협상을 마무리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와 현대차는 지난 1일에 이어 10일 두 차례 수수료 협상을 미룬 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이원희 현대차 재무담당 사장과 비공식 면담을 갖는 등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다.

그간 현대차는 KB국민카드에 현행 1.85%인 카드복합할부 가맹점 수수료율을 1.0~1.1%까지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복합할부금융 자금공여 기간이 하루에 불과하고 대손 비용도 들지 않는 만큼 수수료 인하 여지가 있다고 밝힌 것.

반면 KB국민카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일정 수수료율 이하까지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가맹점 수수료 체계에 따라 기존 수수료 1.85%에서 0.1%P 이상 낮추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그러나 17일 최종 합의과정에서 KB국민카드와 현대차는 18일부터 카드복합할부 수수료율에 체크카드 수수료율인1.5%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향후 수수료율 전반에 변동이 생길 경우 이를 재협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 계약은 1년간 유지된다.

현대차 측은 "이번 합의가 당초 기대했던 카드복합할부 수수료율 조정 폭에 미치지 못하지만 고객 불편 방지와 금융권이 그간 강조해온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구성된 현 카드 수수료율 체계 유지'라는 입장을 반영해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평행선을 달리던 양사가 1.5% 수수료율로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향후 계약이 종료되는 카드사와 자동차업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드·캐피탈업계는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좋지 않은 선례가 만들어졌다"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신한카드는 내년 2월, 삼성카드는 내년 3월 각각 현대차와 가맹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형가맹점의 경우 적격수수료가 책정된 상태에서 수수료를 인하를 강요하면 안된다는 것이 여전법에 명시됐는데 룰이 깨졌다"며 "다른 대형가맹점에서도 이번 계기로 수수료 인하 요청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져 카드사로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객 혜택 축소가 불가피해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중소캐피탈사"라며 "카드사에게 수수료를 받아 고객 금리할인, 영업사원 수수료 등으로 사용했는데 보통 수수료가 줄면 이런 혜택도 줄어 현대캐피탈보다 상품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캐피탈사들은 '결국 현대캐피탈의 독점적 시장이 우월해질 것'이라며 향후 복합할부금융의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앞으로 카드사와 협의를 거치겠지만 수수료가 0.4%P가량 줄어든 만큼 고객 혜택 축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 같다"며 "일단 금리할인 여력이 없어지면 고객들이 좀 더 저렴하게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현대차의 복합할부금융 수수료가 낮아지면 현대캐피탈의 독과점 시장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며 "한해 수조원의 마케팅 비용을 쓰는 현대차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를 낮추려는 것은 강자의 횡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카드사들의 지적에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양보를 많이 한 것은 맞지만 현행 수수료체계 자체가 무너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대차와 KB국민카드의 계약이 애매한 부분은 있지만 여전법 위반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 있지만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의 문제로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자체 재원을 쓴다든지 여러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