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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영진이 죽어야 윤 시장이 산다

길래환 뉴스호남 편집국장 기자  2014.11.17 09: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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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중앙일보 11월6일자에 실린 칼럼 중 눈을 고정시키는 제목이 있었다.

'이경재가 죽어야 KB가 산다'는 것이었다. 우선 삼성이 떠올랐다. 중앙일보와 친·인척 관계정립 문제가 걸린 언론사라는 인연을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광고와 기사의 역학구도를 떠올리면서 누구를 죽이기 위한 기획칼럼이려니 했다. 그러나 칼럼을 읽고 난 후 그게 아니었다.

"아! 기자는 이래야 한다"는 공감의 열정이 일시에 끓어올랐다. 구체적 논리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논리는 무엇인가 의심이 있다는 주장을 펼칠 경우 근거를 똑바로 제시하는 것이다. 바로 KB 금융회사 이사회 의장인 이경재가 떠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조목조목 담겨있었다.

이 칼럼을 읽고 삼성그룹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경재라는 사람을 갈아 치우지 않는다면 문제의 근원이 남게 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일깨워 줬다. 칼럼은 위대하다. 사실과 의견이라는 논설의 기본요소의 중요성이 다시 새겨지는 순간이기도 한 감동의 기회였다.

그 칼럼은 무서웠다. 광주·전남 어느 기자, 어느 언론인이 어찌 이 같은 제목을 달아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할 용기가 있을까? 남에게 돌릴 사안이 아니다. 그래서 용기를 갖게 됐다.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선정된 인물에 대한 부정적 판단이 서게 됐으므로 칼럼의 칼을 내지르게 된 것이다.

서영진이라는 인물이 광주문화 재단 대표이사로 확정됐다. 그는 이제 업무를 추진하면서 중장기 로드맵이라는 걸 발표했다. 취임 한 달 만에 내놓은 것이었다. 그의 과거 경력을 조명하면 1개월 안에 중장기 청사진을 세웠다는 것이 다소 우스워 보인다. 이 자리를 의식해서 미리 준비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이 중장기 계획을 세울 만큼 충분치 못하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당선된 시점을 감안하면 미리 준비할 시간은 없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광주시 심부름을 하지 않겠다는 주장도 속이 보인다. 시 산하기관이 청와대를 향해 비판하는 꼴이다. 속이 훤히 보인다.

누군가 대필해줬을 것이라는 의문은 이래서 생겨난다. 흔히 하는 것처럼 아랫사람이 기획하고 이름은 대장을 내세운 것과 똑같은 것이라는 가정을 하게 만든다. 그의 과거 경력을 추적해도 취임 1개월 만에 로드맵을 만들었다고 기자회견을 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결국, 휘하 직원들이 만든 기존 계획을 발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앞선다. 무엇인가? 윤 시장과 할 일이 있다는 그의 발언이 지극히 정무직으로 들리는 이유다. 서영진 대표이사의 전력을 보면 취임한 달 전에 그런 중장기 계획을 세울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부친의 후광으로 특혜를 업고 전남일보 편집부 교열부서에 입사한 후 언론인이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기자 생활 내내 전남도와 광주시 출입, 그 이전에는 내근하는 편집의 경력이 주류다. 그런데 그는 퇴직 후 일본 히로시마 총영사관으로 발탁됐다.

외교 역량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 어찌해 외교관으로 발탁됐는가 하는 의문이다. 언론이 경력의 전부라는 사실을 전제로 할 때 결과는 아부와 결탁뿐이다. 그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다. 적재적소의 효율 하에서 조건에 맞게 배치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할 따름이다.

서영진 대표이사의 광주시 산하기관 진출은 광주시 인사원칙을 우습게 만들었다. 산하기관장
선정은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공개라는 것은 객관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솔직히 특정인을 정할 경우 이를 사전에 밝히고 선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러나 굳이 광주시가 공개경쟁의 원칙을 세웠다면 어느 정도 객관성이 유지돼야 한다. 최소한 전문성이다. 서영진 대표이사가 종합 문화기획전문가인가?

서영진 대표이사는 면접에서 윤장현 시장과 30년 지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스로 정실인사를 인정하는 우를 범했다. 사실은 이것이 그에게 역량이 없다는 비판을 불렀다. 전남도에서 신설한 복지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발탁된 그는 직전에 광주매일신문 사장 자리에 올랐다가 다시 말을 갈아탔다.

그게 6개월이다. 이낙연 신임 지사가 더 함께 일하자고 했다는 전언이 들린다. 연봉 1억짜리 고위직이다. 청년실업과 배치되는 '실버 황금자리'다. 그런 자리를 내팽개치고 연봉이 2000여만원 많은 광주 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옮겼다. 개인의 이기심이 사회정서를 깔아뭉개는 쿠데타로 돌변한 꼴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철학 공유라는 명분으로 그는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에 등극했다. 공모채용의 산하기관장 자리가 사기극이라는 결론을 입증한 사건이다. 젊은 층으로부터 쉽게 황금의 권좌에 오르는 비법을 몸으로 보인 악역 배우다. 광주시민들의 허탈로 이어지고 있다.

이걸 시장과의 철학 공유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면 사기 의식이다. 광주 시민에게 물어보라. 오로지 서영진 대표이사 영달을 위한 이기심의 발로가 150만 시민의 반감을 짓눌렀다. 1인을 위한 인사가 150만 시민의 공감을 짓밟았다.

평생 추구하는 개인의 이기심이 공익을 짓밟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점을 알고나 있는가? 서영진 대표이사는 물러나야 한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시장은 사퇴를 권고해야 한다. 1인을 위한 150만명을 학살한 격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