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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터쇼, 셔틀버스 운영 미숙으로 관람객 애먹어(1)

관람객 항의 받고도 플래카드 한 장 외에 대책 없어

김정환 기자 기자  2007.04.08 02: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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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실제상황- “이럴 거면 아예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말든가”

경기도에 거주하는 시민 Z씨는 지난7일 경기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리고 있는 ‘2007서울모터쇼’를 보기 위해 서울 합정역으로 갔다.

차를 가져가고 싶었지만 주차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서울모터쇼 조직위(위원장 허문)의 권고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한 것. 게다가 지하철 2.6호선 합정역엔 행사장까지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어서 편리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뉴스에 셔틀버스 승차장이라고 나온 합정역 8번 출구에 오후 1시께 도착한 K씨 가족의 설레임은 40여 분 뒤 짜증으로 바뀌었다.

셔틀버스가 그때까지 도착하지 않은 것. 배차 간격이 20분이라고 뉴스에 나왔지만 지금까지 버스는 한 대도 오지 않았다.

 
   
 
 

함께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30여 명. 비슷한 시간대에 온 사람도 있었고 그 이후에 온 사람도 있었다. 젊은이가 대부분이었지만 50대 부부도 보였고, 어린이를 대동한 가족도 있었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한 관람객이 수소문 끝에 조직위에 전화를 걸어 승차장 위치를 알아냈다. 승강장은 8번 출구 앞이 아닌 전방 10m 거리에 있는 ‘아람종합광고 앞’이었다. 엉뚱한 곳에서 시간만 날렸다는 억울함 보다 이젠 버스를 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그들은 아람광고 앞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엔 안내요원 한 사람만 있고 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안 왔나 보네’라고 생각할 때쯤 안내요원이 말했다. “버스 승차장이 위쪽으로 옮겼습니다.”

결국 K씨는 다른 관람객들과 함께 온 길을 다시 걸어 망원역 방향으로 걸어갔고 50m 이상 떨어진 ‘이내과 의원 앞’이란 곳에서 드디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K씨가 행사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30분께. 결국 1시간 30분이란 황금 같은 시간을 길에서 날린 셈이다.


#셔틀버스 승강장 위치도 제대로 못 정한 서울모터쇼 조직위

서울모터쇼 조직위는 이번 모터쇼 개최 장소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울.경기 일부 지역과 행사장 사이에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합정역에선 셔틀버스 승차장 위치도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해 애꿎은 관람객들만 실컷 골탕을 먹어야 했다.

이 같은 사태는 조직위 측이 지난 3월 홍보대행사를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합정역과 킨텍스 간 셔틀버스 승차장을 ‘아람종합광고 앞’은 빼고,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8번 출구 앞’이라고만 기재했기 때문에 빚어졌다. 

이에 본보(4월 4일자 ‘셔틀버스 타고 편하게 오세요’ 제하의 기사 참조)를 비롯한 거의 모든 매체는 이 보도자료를 참고해 보도했고, 이 보도를 접한 시민들 대부분이 승차장을 ‘8번 출구를 바로 나와서’라고 생각했지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고 해석하지 못했다.

조직위 측은 홈페이지(http://www.motorshow.or.kr)엔 ‘셔틀버스 환승 장소 상세보기’를 만들어놓고 이를 누르면 팝업으로 ‘아람광고’의 간판 사진(사진 참조)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뜨도록 해놓고도 정작 언론사엔 이를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

따라서, 기자들은 오보(誤報)를 냈고, 시민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물론, 조직위 측은 8번 출구 앞에서 아람광고를 쉽게 찾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가 6일 오후 10시30분께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아람광고는 합정역 8번 출구에서 불과 10m도 채 안 되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곳은 도로가 90도로 꺾이기 때문에 사전 지식 없이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즉, 조직위는 승차장을 정하면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무시해버린 셈이다.

   
 
 

그럼 승차장은 왜 다시 이내과 의원 앞으로 옮기게 된 것일까. 바로 아람광고 앞의 복잡한 교통상황 탓이었다.

아람광고 앞은 버스 정류장과 택시 승강장 그리고 양화대교를 넘어온 차들이 다시 양화대교 방향으로 유턴하는 지점이 겹치는 곳. 이런 곳에서 정원 46명을 다 채워야 떠나는 셔틀버스가 승객을 기다린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고, 부득이 한산한 곳을 찾아 승차장을 다시 옮겨야 했던 것.

조직위가 승차장을 정하기 전에 실사만 제대로만 했어도 이날 수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모터쇼조직위, 시민 항의에도 해결책 미흡
조직위 측은 이날 시민들의 항의와 지적을 받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현장 확인 결과 이내과 앞에 ‘서울모터쇼 셔틀버스 승강장’이란 플래카드 하나를 내건 것 외엔 다른 조치는 없었다.

   
 
 

기자들에게 오보 아닌 오보를 작성하게 하고도 승강장 위치 이전을 알리는 보도자료도 없었고, 수많은 시민들을 지치게 하고도 홈페이지 수정은 물론, 8번 출구나 아람광고 앞에 위치 이전을 알리는 포스터 하나 붙이지 않았다.

즉,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8일에 다시 이날과 같은 사태를 빚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날 오후 4시46분 서울모터쇼 조직위는 보도자료를 냈다.

“서울모터쇼조직위는 ‘2007서울모터쇼’의 개막 이틀째인 토요일에 9만 2000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로 시작돼 “한편, 서울모터쇼조직위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편리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휴게공간을 대폭 확대 운영, 관람객들이 전혀 불편이 없었다”로 끝나는 보도자료였다.

이에 대해 관람객 K씨는 “한마디로 서울모터쇼 조직위의 현실 인식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보도자료”라고 성토하면서 “조직위 측은 관람객 규모에만 연연하지 말고 한 사람의 관람객이라도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문제의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8번 출구 야경

사진= 서울모터쇼 홈페이지에 팝업으로 게재된 아람광고 간판 사진

사진= 이내과 의원 앞에 부착된 '셔틀버스 승차장' 플래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