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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택배업 진출설 '벌써부터 시끌시끌'

농협 "검토중" vs 물류협회 "결사반대"

이보배 기자 기자  2014.11.13 14: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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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택배업계가 떠들썩하다. 한국물류협회는 '결사반대'를 외치며 저지에 나섰지만 농협 측은 조용한 분위기다. 

지난달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협 국정감사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는 "농협이 토요일, 일요일 없이 상시로 배달하는 취지로 택배사업을 검토 중"이라며 "우체국이 주말 영업을 중단하면서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택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 후 3년 이내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농협 택배업 진출 소식에 업계 초비상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농협은 중소형 택배사를 인수해 택배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와 관련 경제지주 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고, 매물화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 택배를 본격적으로 검토한다는 것.

인수 비용으로는 약 1000억원 내외 정도를 투입할 예정이고,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동부택배와  KTB프라이빗에쿼티가 인수한 동부익스프레스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통합물류협회(이하 물류협회)는 농협 택배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제출하고, '농협 진출 반대' 현수막을 택배차량에 부착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물류협회에는 CJ대한통운과 한진, 현대로지스틱스, 로젠 등 14개 택배업체가 회원사로 속해 있다. 물류협회는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면 시장이 과열되면서 택배단가가 하락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서비스질 하락을 지적했다. 또 민간택배사들은 화물 자동차운수법에 묶여있는 반면, 농협은 협동조합법에 의해 세제감면과 규제 제외 등 특혜를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두고 업계에서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먼저 중소택배사를 인수해 택배사업을 시작한다는 데 대한 우려가 꼽힌다.

농협이 1000억원대 중소택배사를 인수해 택배시장에 진출했을 때 향후 필요한 사업비용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사업은  쉬운 서비스업이 아니다. 전체 물량을 포용할 수 있는 허브 터미널이 필요하고 지역마다 로컬 터미널도 필요하다. 물량이 늘어나면 터미널 확장은 필수다.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해 사업영역을 키운다고 했을 때 계속 비용 투자가 필요한데 수천억이 들어갈지 모르는 일이다"고 말했다.

인수 금액을 제외한 초기 시설 설비비용에 조합비와 국민 혈세 등이 투입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농협은 낮은 단가로 택배업을 이어간다는 복안인데, 업계에서는 적은 금액으로 택배업을 하다보면 물량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수익성은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물량이 늘어나면 적자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우려는 단가하락에 따른 배송기사의 생계악화와 서비스질 하락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면 단가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금도 낮은 상황에서 단가가 더 내려가면 배송기사는 더 많은 배송을 해야 이윤이 남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에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 서비스 질이 낮아지게 되고,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손해다"고 말했다.

◆버스노선 하나 사라졌다고 버스회사 차리나

세 번째 우려는 민간 택배사와 농협 택배는 출발부터 법 적용이 달라 '불공정경쟁'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민간 택배사들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발이 묶여 있어 배송용 차량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다. 하지만 농협의 경우 협동조합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각종 세제 감면, 규제 예외적용 혜택 등 특혜를 받게 된다.

이와 관련 물류협회 관계자는 "이는 공정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될 개연성이 있고, 농협을 출발부터 우월한 지위와 조합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우체국이 지난 7월부터 주5일 근무에 들어가면서 주말 농수산물 배송이 어려워진 것도 농협이 택배 사업 진출을 검토하게 된 한 가지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선함이 생명인 농수산물의 경우 주말 배송이 없어지면 농민들의 손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우체국이 토요일 배송을 하지 않자 농민들이 불편을 호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해당 물량은 우체국 택배 물량의 5%에 불과하다"며 "5%의 불편함은 기존 업체로 대체 가능하다. 버스 노선 하나 사라졌다고 버스회사를 차리겠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배업계와 물류협회가 한 목소리로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농협은 "검토 중"이라는 말로 일관했다. 시중에 돌고 있는 1000억원대 중소택배사 인수설 이나 TF팀 구성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까지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설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누차 얘기 하지만 농협은 택배 사업 진출과 관련 아직까지 검토만 하고 있는 상태"라면 "TF팀을 구성한 것은 맞지만 검토를 위한 TF팀일 뿐 사업 진출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00억원 규모의 중소택배사를 인수할지, 새로운 택배사를 차릴지 아직 결정된 게 없고, 여러 측면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