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간호사 시간제일자리 도입 '일자리 창출 기대 vs 근로환경개선 먼저'

보건노조 도입 반발…양질 정규직 간호인력 충원 촉구

추민선 기자 기자  2014.11.13 11:25:1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국내 전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31만명으로 이 중 병원 등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13만4000명이며 전체 간호사 면허자 중 43.2%만 근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결혼한 간호사들의 경우 육아·학업 등에 따라 전일 근무가 어려워져 퇴직을 선택하며, 이후 시간제 재취업을 희망해도 간호등급제 탓에 사회로 다시 돌아오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경력이 단절된 간호사의 사회 재진입을 돕고자 정부는 '간호사 시간선택제 근무 활성화 대책'을 발표해 자녀 육아와 학업 등을 이유로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간호사들에게 재취업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은 업무차질과 의료서비스 질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간호등급제 개선·야간전담간호사제도 도입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병동 간호사의 시간선택제 등 유연 근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 기준의 시간선택제 간호사 산정 기준 등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부분 병원 간호사들의 병동근무는 3교대(8시간 교대·주40시간) 체계가 일반적으로, 간호사가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근무하기 힘든 구조다.

병원 역시 시간선택제 간호사 채용을 꺼려 상급종합병원과 서울지역 종합병원은 시간제 근무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서울 외 지역 종합병원이나 병원에서만 주 20∼30시간 근무 기준 0.4명, 의료취약지는 0.5명 인정하는 데 그친다.

이처럼 환자를 돌보는 데 투입되는 간호사 수에 따라 입원료(건강보험 급여)를 더 받는 간호등급제인 만큼 병원도 시간선택제 간호사를 굳이 채용할 필요가 없는 것.

간호등급제의 정확한 명칭은 '간호인력확보수준에 따른 입원환자 간호관리료 차등제'다. 병원의 입원환자 대비 간호사 수(간호사 1명이 간호하는 환자의 수)를 등급으로 분류해 입원료에 포함된 간호관리료(25%)를 차등해 지급하는 제도다.

이에 복지부는 병원의 시간제 간호사 고용을 유도할 수 있도록 모든 병원에서 시간선택제 간호사도 근무시간에 비례해 △주 16시간 이상∼24시간 미만 0.4명 △24∼32시간 0.6명 △32∼40시간 0.8명 등으로 산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관련 고시 개정안을 마련했다.

더불어, 임시직이 늘어나지 않도록 최소 1년 이상 근로계약을 한 경우에만 인정하는 등 고용 안정성에 대한 기준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3교대 근무의 기피 요인으로 꼽히는 야간근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간전담간호사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했다. 야간전담의 노동시간은 다른 간호사보다 2배로 인정하는 등 간호등급제 산정기준을 손봐 야간 전담 간호사 채용을 유도한다는 게 핵심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시 개정안을 12일부터 오는 22일까지 행정예고하고, 예고 기간 중 제출되는 의견을 수렴, 개정안을 확정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젊은 간호사의 조기퇴직을 방지할 수 있고, 엄마간호사의 병원근무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건노조 '일자리숫자 늘리려는 임시방편 불과' 지적

복지부의 간호사 시간제일자리 활성화 대책에 대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12일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의 '시간선택제 간호사 활성화 대책'에 대해 '일자리 늘리기용 임시방편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것. 

보건노조의 말을 빌리면 젊은 간호사들이 빨리 퇴직하고 한 번 퇴직한 간호사들이 재취업하지 않는 핵심이유는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지 않고는 높은 이직률과 유휴간호사들의 낮은 재취업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보건노조가 올 3~5월 실시한 '2014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참가한 1만1485명 간호사들이 응답한 결과 △주 평균 49.1시간 근무 △평균 밤 근무시간 12.8시간 △1일 평균 식사시간 21.5분 △일주일 평균 결식횟수 2.3일 △1일 평균 휴게시간 15.9분 △평균 인력부족률 21% 등 근무조건이 매우 열악했다.

이에 대해 보건노조는 "복지부가 이 같은 근무조건 개선대책을 세우지 않고 시간제 일자리 확충과 야간전담간호사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간호현장의 실정에 맞지 않는 전형적 책상머리 정책이며, 현실 적합성이 없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간호서비스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업무인 만큼 고도의 숙련성과 전문성·연속성과 협업이 요구된다"며 "근무시간과 출·퇴근 시간이 다르면 연속성과 협업을 발휘하기 어렵고 업무분담과 인수인계가 원활하지 못해 업무 파행과 함께 의료서비스 질 하락이 우려된다"고 첨언했다.

이에 더해 "시간선택제와 야간전담제가 조기 퇴직을 막고 재취업률을 높이는 실제적인 유인 효과를 가질 것인가도 의문"이라고 짚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시간선택제 간호사 활성화 정책과 야간전담간호사제도 도입정책을 강행하기 위한 행정예고를 철회하고, 양질의 간호인력 충원을 통한 근무조건 개선과 포괄간호서비스 수가 시범사업의 성공적 추진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