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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찬찬히읽기]작은 완성을 향한 고백-이면우(1951~ )

프라임경제 기자  2007.04.06 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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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임경제]작은 완성을 향한 고백-이면우(1951~ )

술, 담배를 끊고 세상이 확 넓어졌다
그만큼 내가 작아진 게다

다른 세상과 통하는 쪽문을 닫고
눈에 띄게 하루가 길어졌다.
이게 바로 고독의 힘일 게다

함께 껄껄대던 날들도 좋았다.
그 때는 섞이지 못하면 뒤꼭지가 가려웠다
그러니 애초에 나는
훌륭한 사람으로는 글러먹은 거다

생활이 단순해지니 슬픔이 찾아왔다
내 어깨를 툭 치고 빙긋이 웃는다
그렇다 슬픔의 힘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제는 내가 꼭 해야 할 일만을 하기로 했다
노동과 목욕, 가끔 설거지, 우는 애 얼르기,
좋은 책 읽기, 쓰레기 적게 만들기, 사는 속도 줄이기, 작은 적선,
지금 나는 유산상속을 받은 듯 장래가 넉넉하다

그래서 나는 점점 작아져도 괜찮다
여름 황혼 하루살이보다 더 작아져도 괜찮다
그리 되면 이 작은 에너지로도
언젠가 우주의 중심에 가 닿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북갤럽, 2002)> 


 

욕심을 부추기는 세상이다. 더 달콤하게 더 편안하게 더 많이 가지고 어디론가로 빠르게 달려가야만 할 것 같은 세상이다. 그 세상에 올라타 정신없이 달려가고들 있는데, 정신없는 세상으로 통하는 쪽문을 닫고, 시인이 다른 세상에 있다.

꼭 해야 할 일만을 할 수 있을까? 사는 속도를 줄이겠다는 넉넉함 속에 깊은 평화가 느껴진다. 어떻게 해야 더 작아져도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도달할 수 있는 우주의 중심은 어디일까? 비움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곳이 있을까? 시인의 넉넉함이 부럽다.

전무용/시인

   
 
 
1956년 충북 영동 출생
한남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83년 <삶의 문학> 동인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희망과 다른 하루>(푸른숲)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시 전문 계간지 <시와 문화> 필진
현재 대한성서공회 번역실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