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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한·중 FTA는 대한민국 소프트파워의 승리

중국 하드파워 뚫은 부드러운 '매력'에 주목해야

이우갑 ㈜친구 대표이사 기자  2014.11.12 12: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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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드디어 타결됐다. 이번 FTA는 인구 13억, 연간 5000조원에 달하는 거대 중국 시장의 빗장이 열렸다는 장밋빛 전망과 동시에 알짜배기 품목이 제외된 낮은 단계의 FTA로 폄하되기도 했다.

필자의 회사는 저속엔진용 배기 밸브스핀들(Valve Spindle)에 높은 경쟁력을 갖춘 조선기자재 제작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엔진의 핵심부품인 밸브스핀에 기술과 노하우를 갖춰 일찌감치 중국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또, 한중 FTA 타결을 예상하고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합작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FTA 타결로 중국시장 진출에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한·중 FTA 타결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분야는 조선업·자동차·철강 등이 아닌 바로 소프트파워(Soft Power)다. 소프트 파워란 경제력, 군사력 같은 하드파워(Hard Power)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Nye)가 1989년 처음 주장했다. 연성권력(軟性權力)으로도 불리는 소프트파워는 쉽게 말해 '문화의 힘'이다. 권력의 행사방식에 있어 소프트파워는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방도 원하도록 이끄는 능력이다. 그러니 이를 '매력'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현재 미국은 경제력의 많은 부분에서 중국에게 1위를 빼앗기며 초강대국의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21세기에 미국이 중국에게 진정한 의미의 패권을 내줄 가능성은 낮다. 이는 미국의 연성권력 때문이다. 조지프 나이는 소프트파워가 궁극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자산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제1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고자 세계를 상대로 투자를 늘리는 등 무서울 정도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아직까지 덜 성숙한 상태다. 중국은 이를 잘 알고 세계 123개 국가에 465개 공자학원과 그보다 규모가 작은 713개 공자학당을 설립했다. 하지만 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몸집만 큰(하드파워) 어린애(소프트파워)'란 것이 세계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는 어떠한가? 세계에 퍼져있는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미국문화가 단연 압도적이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지역적으로, 몇 가지 분야에서 위협하는 유일한 문화가 바로 한류다. 한류는 드라마, 케이팝(K-Pop), 게임 등에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정조준하며 달려가고 있다. 이 여파로 중국과 몇몇 아시아 국가에서 한류 탓에 자국 대중문화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한·중 FTA에서 가장 주목할 분야가 바로 소프트파워다. 중국은 FTA 타결을 통해 그동안 막아왔던 엔터테인먼트시장을 처음으로 개방했다. 앞으로 한국기업이 중국기업과 공동으로 드라마, 영화, 케이팝 공연 및 앨범, 방송용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과 다른나라의 통상협정과 비교해 볼 때 한·중 FTA 문화서비스 개방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중국 진출이 용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한류, 즉 대한민국의 매력이 13억 중국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과 다름 없다.

세계가 미국 대중문화에 빠져 코카콜라를 마시고, 스타벅스를 즐기며 맥도날드 햄버거에 열광한다. 하지만 이번 FTA를 계기로 13억 중국인들이 소맥을 즐기고 한국 화장품을 바르고 한국에서 성형하는 일이 훨씬 빈번해질 것이다.

한국의 매력은 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중국이 북한과 거리를 두고 한국과 가까워지는데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중 FTA를 통해 이뤄진 문화서비스 개방이 한반도 통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국문화에 자부심이 강하고 외세 침투에 민감했던 중국당국은 왜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쉽게 받아들였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닌 매력이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갖고 있는 호감은 익히 잘 알려진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소프트파워가 중국의 단단한 빗장을 연 셈이다.

최근 동북아의 국제질서는 서슬 퍼런 전쟁터와 같다. 한·중·일과 미국이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같이 복잡한 국제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와중에 매력적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게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우갑 ㈜친구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