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술 한잔의 경제학

이보배 기자 기자  2014.11.11 14:06:28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는 차를 몰 일이 없어 고향에 내려가면 부모님 차를 빌려 드라이브를 하곤 하는데요. 오랜만에 잡은 운전대에 신랑은 무척 신나보였습니다. 초보운전이라 옆 자리에 앉은 제가 벌벌 떨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말이죠.

어쨌거나 오랜만에 둘이 차로 드라이브를 하니 기분이 매우 좋았는데요. 그날 밤 차를 몰고 친구들을 만나러 향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잔이 오갔는데요. 신랑은 운전을 핑계 삼아 술잔을 들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대리를 부르면 되지 않느냐"며 함께 마실 것을 권했지만, 운전을 자주 못하는 신랑 입장에서 그날만큼은 운전대를 뺏기고(?) 싶지 않았나봅니다. 덕분에 저는 그날 밤 무사히 집에 도착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이 다가왔네요. 여기저기 "소주 한잔하자"는 전화가 오가기 시작하는 가운데 벌써부터 송년모임이 시작된 분들도 있을 겁니다. 술자리가 많아질수록 음주운전에 대한 유혹도 함께 높아지는데요.

실제 1년 중 평월보다 11월과 12월에 음주운전사고 발생률이 각각 12.7%, 7.2% 높았고,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음주사고는 무려 3만1118건이라고 하니 무시무시한 수치인데요.

2012년 도로교통공단에서 발표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상자비용'을 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음주운전에 따른 사망자만 800여명, 부상자는 5만5000여명이 넘는 가운데 음주운전 사상자 비용이 자그마치 1조1466억원으로 추산됐기 때문입니다.

'사상자 비용'은 위자료, 장례비, 생산손실, 의료비 등을 포함해 계산된 액수인데요. 1인 기준 사망자의 경우 4억3207만원, 중상자가 5032만원, 경상자 272만원, 부상신고자가 131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음주사고 1건당 평균 사상자 비용은 3685만원인데, 이는 전체 교통사고 사상자 비용 평균보다 2.9배 높습니다.

음주운전은 인명피해 그 자체만으로 금지돼야 하지만, 이처럼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손실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손실과 함께 개인의 경제적 손실을 알아볼까요? 먼저, 음주운전 중 혈중알콜농도 0.05~0.10% 미만 적용 기준으로 경찰 적발 시 부담하게 되는 경제적 손해비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음주 수치별로 상이하긴 하지만 평균 △약 300만원의 벌금과 면허 정지 100일 △개별 보험료 할증(3년간 54만원) △음주운전자 교통안전 특별교육 6시간 의무 수강, 직장 1일 휴가(연차 수당 삭감) 등의 총 354만원 플러스알파의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됩니다.

여기에 음주운전 중 가로수에 부딪히거나 주차된 다른 차량과 부딪혀 사고라도 냈다면 어떻게 달라질까요? 위 사례에서 발생한 345만원을 그대로 적용하고, 대물피해 금액을 100만원으로 가정한다면 이를 보험처리 한다 해도 자기부담금에 대한 보험 계약 약정 비율에 따라 피해비용 50만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또 본인 차량에 대한 음주사고 피해부분은 보험사에서 면책처리 하기 때문에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지요. 이 금액을 5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최종 손실액은 454만원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음주운전 중 보행자를 치었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보행자가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가정했을 때, 먼저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가능한 적은 금액인 700만원으로 벌금을 가정하겠습니다. 보행자를 친 만큼 변호사 선임비용(500만원)이 필요하고, 이와 별도로 형사 합의금(300만원: 1주당 약 70만원 가정)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보유한 운전면허가 일괄적으로 취소되면서 운전면허 재취득 직·간접 비용으로 100만원, 대인배상 보험사 면책금 200만원, 보통 음주사고보다 보험 할증률 10~20% 추가 비용 70만원 등 총 1870만원이 책정됩니다.
 
보통 마트에서 파는 소주 가격은 1200원 정도이고, 가게에서 판매되는 소주 가격은 보통 3000원입니다. 이를 소주잔으로 나눴을 때 소주 한 잔의 가격은 약 400원이죠. 소주 두 잔부터 음주측정 수치가 나올 수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겨우 800원 남짓한 술값으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만 발생하는 것은 아닌데요. 사회적인 명예 실추와 형사처벌로 인한 심적 고통, 직장에서 받는 불이익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 음주운전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