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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양적완화 對 韓 경제혁신 '호주FTA 버프' 절실?

아베노믹스에 회의적 시각 다급해진 일본 급행카드 택한 듯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1.09 19: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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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유무역협정( FTA)이라는 도구를 다루는 한국과 일본 당국의 두뇌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양국이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누가 먼저 호주와의 FTA를 최종 발효시키는 데 성공하는가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일단 일본 중의원이 지난 7일 빠른 일처리를 통해 자국 정부에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일본은 이행법안 처리만 남긴 상황이다.

FTA와 EPA라는 약간 다른 틀을 쓰고 있지만 결국은 FTA 발효 시기를 둘러싼 경쟁이다. 한-호주 FTA와 일-호주 EPA가 동시에 발효될 경우와 우리만 늦어지는 경우의 기대이익(손실) 크기 차이가 뼈저리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호주 FTA가 일-호주 EPA와 동시 발효되면 우리의 대호주 수출은 2억3000억달러 증가하지만, 한-호주 FTA가 2015년 말에야 발효될 때엔 일본 상품들이 호주시장을 선점하면서 우리 수출은 약 2억2000억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가지 FTA-EPA가 동시 발효한 경우에 비해 연간 4억6000억달러가량의 수출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또 양국이 각각 호주와 추진 중인 FTA 혹은 EPA의 경우, 관세 인하 혜택의 적용 시기가 좀 다르다. 따라서 손실폭 계산이 누적치로 보면 더욱 심각하게 증폭될 수 있다.

일본이 빨리 비준 처리 매듭을 짓고 우리는 뒤처지는 경우에 5년간 누적 규모로는 22억80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다는 보고서 전망치도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9일 한국도 빠르게 호주와의 FTA 비준을 매듭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급히 발표했다. 사실상 국회가 정쟁에 발목을 잡혀 현안처리가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대국회SOS'인 셈이다.

일본의회, 아베노믹스 효과 '허상'에 수출 비상카드 '공감대' 

여기까지 놓고 보면 일본이 왜 이 같이 수출 증대 실적에 급격히 매달리는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최근 일본은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꺼내 글로벌 시장의 주시를 받은 바 있다. 다시금 경제 활성화 진작에 나선 상황이다.

이는 간단히 말하면 일본이 지속해온 아베노믹스에 다시금 군불을 떼겠다는 뜻이다. 우리가 일본의 이 같은 양적완화 추진 때문에 수출 부진 상황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일본이 바라는 데로만 흐르지 않을 듯 하다. 우선 LG경제연구원은 9일자 보고서에서 일본 아베노믹스가 세계 여라 나라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리투자증권 보고서 역시 대내적으로는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지속으로 엔저현상이 우려되지만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경상수지 흑자 속에 상반기 경기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아베노믹스 그리고 양적완화 카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를 보면, 일본은행의 이번 양적완화 결정은 찬성 5, 반대 4로 결정됐을 정도로 자국 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선다.

이런 상황은 결국 아베노믹스(양적완화)를 이미 해보니, 수출 증대 등 큰 효과는 없었다는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 당국은 물론 정치권으로서도 수출 증대에 큰 효과가 있을 현실적 이슈 하나하나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양적완화 진행을 선언하고 나선 상황에 즈음해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호주시장을 둘러싼 EPA 타결 문제(한국과의 속도 경쟁)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무역전쟁, 더 나아가서는 백년(경제)전쟁?

호주와의 무역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해 비준 속도 경쟁에 나선 것인데, 그 이면에는 두 정부가 각각 작게는 정치적 인기 문제, 더 크게는 자국의 경제적 백년대계를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일본은 아베 내각이 아베노믹스라는 자국 정책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호주와의 무역 실적을 수확함으로써 포장할 필요가 높다.

또 아시아 각국과 역사 인식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그간 아시아인 듯 아시아가 아닌 모호한 상황에서 있었던 호주와 손을 잡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시아 내 '왕따' 상황을 모면하는 모습을 자국민들에게 제시할 필요성도 높다.

그러나 한국 역시 이 같은 무역의 승부에서 쉽게 발을 빼기는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우리 경제가 내수와 무역,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균형 등 미래세대를 위한 경제체질 변화를 도모하는 상황이다. 이런 양상에서 한국이 이미 다 밑그림이 그려진 FTA를 비준과 발효 처리라는 막판 절차에서 지체해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은 심각한 의미를 갖는다.

호주와의 무역시장에서 수확할 큰 이익이 경제혁신에 종잣돈으로써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뿐더러,정견적 대립은 있을 지언정 국가적 이슈에는 정당들이 초당적 협력을 하는 전기를 이번에 마련해 놔야 할 필요성도 있다.

무엇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초입에서 일본에 밀려 희생양이 될 수 없다는 각성도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 정부 관계자들이 두루 느낄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