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처리를 놓고 큰 손실 가능성에 직면했다. 같은 아이템을 추진 중인 '수출시장에서의 경쟁자' 일본이 예상 외로 발빠르게 일처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9일 한-호주 FTA 비준동의안을 연내에 처리해줄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청와대는 일-호주 FTA 비준안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의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와 호주 간 비준이 늦어질 경우 수출이 감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국보다 앞서 FTA를 발효시켜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조속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가 강조하는 것인데,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풀이가 나온다.
◆국회 처리 늦어지면 없었던 일, 일본 의회 빠르게 손 써 대조적
우선 우리와 일본이 무역 관련 협정이라는 무대에서 호주시장을 놓고 격돌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 간단히 이해하자면 이처럼 요약해도 큰 무리가 없는데, 주변 정황을 살필 필요가 있다. 물론 어느 나라든 타국과 개별적, 또 동시다발적으로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과 일본 모두 호주와의 FTA 발효를 위한 절차를 진행해왔다. 물론 일본의 경우 경제동반자협정(EPA)라는 틀을 사용하지만, 일명 일본식 FTA라고 불릴 정도로 FTA와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된다. 따라서 현재 구도는 한-호주 FTA, 일-호주 FTA간 속도 경쟁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일본이 조만간 법안 처리를 완료하고 발효 마침표를 찍을 예상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일본은 중의원에서 일-호주 EPA를 통과시켜 이행법안 처리 절차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즉 일본은 조만간 법안 처리를 완료하고 빠르면 이달 중 발효시킬 가능성마저 있다. 꼭 올해 중 발효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가 일본보다 최종 처리에서 밀릴 경우 큰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는 예전부터 나온 바 있다.
◆일본보다 처리 늦으면 수출 손실 우려 높아
10월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한-호주 FTA 조기 발효 필요성' 자료를 보면, 한국과 일본 모두 호주와의 FTA(EPA) 발효 시기에 극히 민감함을 알 수 있다.
무협은 한-호주 FTA와 일-호주 EPA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발효되느냐에 따라 경제적 성과는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두 협정의 내용상 발효 시점에 따라 호주의 관세 철폐 일정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협 보고서에 따르면, 한-호주 FTA의 경우 발효일에 관세 인하가 일어나고 이후에는 매년 1월1일 관세가 인하된다. 반면, 일-호주간 협정에 따르면 발효일에 관세 인하가 일어나고 이후 매년 4월 1일에 관세가 내려간다.
따라서 한-호주 FTA가 연내 발효될 경우 우리가 관세 관련 과실을 딸 시기가 일본에 다소 앞설 수 있지만 한-호주 FTA가 해를 넘기고 일-호주 EPA만 먼저 발효될 경우 우리에게 적용될 호주의 관세철폐 일정이 늦어진다. 즉 일본에 9개월 이상 뒤쳐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전망은 무협만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7일 일본 중의원의 일처리에 우려를 느낀 산업연구원(KIET)도 관련 보고서를 내 한국 산업이 입을 피해액 추산치를 계산했다.
KIET이 7일 발표한 '일·호 EPA에 따른 한·호주 FTA 효과'라는 보고서는 호주와 일본간의 EPA가 내년 초 발효될 것이란 예상에 따라 관세 인하 효과를 추산했다.
일·호 EPA가 내년 3월경 발효되면 양국간 협정에 따라 발효 직후 및 4월1일 두 차례에 걸쳐 관세를 낮추게 되므로, 한-호주 FTA 발효가 이보다 늦춰질 경우 일본이 호주 시장 선점 효과를 고스란히 챙기게 되는 폭이 엄청나다.
우리가 비준 처리에서 늦어지고 일본이 내년 초 처리에 성공하는 경우 우리에게는 연평균 최대 4억5600만달러, 5년간 누적 규모로는 22억80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KIET는 밝혔다. 22억8000만달러면 우리 돈 약 2조50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금액이다.
적어도 일본과 같은 시기에 일처리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