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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vs 일, 호주와의 FTA 놓고 '타이밍' 전쟁, 왜?

비슷한 시기 착수…최종처리 순서따라 천문학적 무역이익 '다갔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1.09 19: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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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처리를 놓고 큰 손실 가능성에 직면했다. 같은 아이템을 추진 중인 '수출시장에서의 경쟁자' 일본이 예상 외로 발빠르게 일처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9일 한-호주 FTA 비준동의안을 연내에 처리해줄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청와대는 일-호주 FTA 비준안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의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와 호주 간 비준이 늦어질 경우 수출이 감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국보다 앞서 FTA를 발효시켜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조속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가 강조하는 것인데,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풀이가 나온다.

국회 처리 늦어지면 없었던 일, 일본 의회 빠르게 손 써 대조적

우선 우리와 일본이 무역 관련 협정이라는 무대에서 호주시장을 놓고 격돌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 간단히 이해하자면 이처럼 요약해도 큰 무리가 없는데, 주변 정황을 살필 필요가 있다. 물론 어느 나라든 타국과 개별적, 또 동시다발적으로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과 일본 모두 호주와의 FTA 발효를 위한 절차를 진행해왔다. 물론 일본의 경우 경제동반자협정(EPA)라는 틀을 사용하지만, 일명 일본식 FTA라고 불릴 정도로 FTA와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된다. 따라서 현재 구도는 한-호주 FTA, 일-호주 FTA간 속도 경쟁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일본이 조만간 법안 처리를 완료하고 발효 마침표를 찍을 예상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일본은 중의원에서 일-호주 EPA를 통과시켜 이행법안 처리 절차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즉 일본은 조만간 법안 처리를 완료하고 빠르면 이달 중 발효시킬 가능성마저 있다. 꼭 올해 중 발효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가 일본보다 최종 처리에서 밀릴 경우 큰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는 예전부터 나온 바 있다.

일본보다 처리 늦으면 수출 손실 우려 높아

10월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한-호주 FTA 조기 발효 필요성' 자료를 보면, 한국과 일본 모두 호주와의 FTA(EPA) 발효 시기에 극히 민감함을 알 수 있다.
 
무협은 한-호주 FTA와 일-호주 EPA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발효되느냐에 따라 경제적 성과는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두 협정의 내용상 발효 시점에 따라 호주의 관세 철폐 일정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협 보고서에 따르면, 한-호주 FTA의 경우 발효일에 관세 인하가 일어나고 이후에는 매년 1월1일 관세가 인하된다. 반면, 일-호주간 협정에 따르면 발효일에 관세 인하가 일어나고 이후 매년 4월 1일에 관세가 내려간다.
 
따라서 한-호주 FTA가 연내 발효될 경우 우리가 관세 관련 과실을 딸 시기가 일본에 다소 앞설 수 있지만 한-호주 FTA가 해를 넘기고 일-호주 EPA만 먼저 발효될 경우 우리에게 적용될 호주의 관세철폐 일정이 늦어진다. 즉 일본에 9개월 이상 뒤쳐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전망은 무협만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7일 일본 중의원의 일처리에 우려를 느낀 산업연구원(KIET)도 관련 보고서를 내 한국 산업이 입을 피해액 추산치를 계산했다.

KIET이 7일 발표한 '일·호 EPA에 따른 한·호주 FTA 효과'라는 보고서는 호주와 일본간의 EPA가 내년 초 발효될 것이란 예상에 따라 관세 인하 효과를 추산했다.

일·호 EPA가 내년 3월경 발효되면 양국간 협정에 따라 발효 직후 및 4월1일 두 차례에 걸쳐 관세를 낮추게 되므로, 한-호주 FTA 발효가 이보다 늦춰질 경우 일본이 호주 시장 선점 효과를 고스란히 챙기게 되는 폭이 엄청나다.

우리가 비준 처리에서 늦어지고 일본이 내년 초 처리에 성공하는 경우 우리에게는 연평균 최대 4억5600만달러, 5년간 누적 규모로는 22억80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KIET는 밝혔다. 22억8000만달러면 우리 돈 약 2조50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금액이다.

적어도 일본과 같은 시기에 일처리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