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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기억하는 인간 호모 메모리스

이윤형 기자 기자  2014.11.08 13: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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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세상에 '영원'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다. 인간이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세상에 '망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다. 

이 말을 다르게 풀면, 망각이 있어야 기억의 의미가 살고, 망각이 있기에 우리는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억과 망각이 제로섬게임처럼 상호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기억이 향상된다고 망각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망각이 없다고 기억이 제자리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억과 망각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가. 또 누가 우리의 기억을 결정하며, 무엇이 망각하게 만드는가. 우리 삶에 기억과 망각이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

이 책은 철학, 심리, 역사, 사회, 문학, 음악, 미술, 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문제설정과 주제, 방법론 등을 바탕으로 오래됐지만 여전히 유효한 기억과 망각에 관한 해석들을 담고 있다. 기억과 망각은 삶을 주조하고, 동반하며 우리 사회의 성격을 문화적으로 구성한다.

일례로 세월호 참사와 함께 가라앉아버린 대한민국을 버티도록 한 힘은, 또 유가족과 상처 입은 우리를 일으켜세운 힘은 '잊지 않겠습니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와 시민들이 져야 할 최소한의 의무로써 '기억하려는' 자와 세월호 참사를 그저 하나의 '사고'에 불과한 것으로 '기억시키려는' 자들의 기억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처럼 기억과 망각의 문제는 개인을 넘어 사회, 정치, 문화, 역사 등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다뤄야 하는, 학제 간 연구가 절실한 주제다. 여기에는 역사학, 종교학, 문학, 예술사, 교육학, 심리학, 철학 등의 인문학뿐만 아니라 인지과학, 신경과학과 같은 자연과학도 관여한다.

이 책은 기억과 망각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공통된 물음에서 출발한다. 학제 간 융합이란 열린 구성하에 지식의 경계를 허물고 차이를 포용하는 관점의 교차를 통해 서로 다른 시각에서 그려진 기억과 망각의 풍경을 경험하게 한다.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17명의 학자가 공동으로 그려낸 이 깊고 넓은 풍경은 기억과 망각에 대해 축적된 연구 성과를 한자리에 선보임으로써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또한 학문의 경계를 넘어 성찰하게 할 것이다. 가격은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