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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카드업계 싸움에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골머리

복합할부금융 문제로 현대캐피탈 독과점 또다시 수면 위

이지숙 기자 기자  2014.11.07 18: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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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복합할부금융과 관련해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카드업계의 '기(氣)싸움'이 계속되자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 자존심 승부로 비쳤던 복합할부금융 상품 폐지 문제가 '현대'의 패배인 상품유지로 결정된 뒤에도 현대차와 카드업계의 싸움이 계속되자 현대차와 함께 성장하던 현대캐피탈도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 

금융당국이 '자동차 할부금융 25%룰'까지 꺼내들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커머셜 대표를 맡고 있는 정 사장도 마음이 편치 않게 됐다. 현대카드는 카드사들 중 유일하게 복합할부금융 판매 반대 입장이다.

현대카드도 롯데·삼성카드 등과 함께 2010년 복합할부금융이 도입된 뒤 상품판매에 나서 2013년 41.3%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으나, 자동차업계에서 복합할부금융 폐지 주장이 거세지자 지난해 말부터 취급액을 대폭 줄였다. 매출에 이득이 되는 복합할부금융을 포기하고 계열사인 현대차의 주장을 착실히 받아들인 것이다.

◆현대캐피탈 25%룰에 '깊은 고민'

최근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은 2010년만 하더라도 자동차 판매 금융거래 중 4.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4.8%까지 대폭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0년 164억원이던 복합할부금융 카드 수수료도 2013년 431.7% 폭증한 872억원까지 늘었다. 복합할부금융 판매가 늘며 반대로 자동차할부금융 위주의 성장을 이어오던 현대캐피탈의 입지는 좁아졌다.

카드복합할부금융에 따른 카드수수료 부담이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자동차업계는 카드사와 중소 캐피탈사의 반대에도 결국 상품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카드업계 중 유일하게 현대카드는 타 카드사와 반대 측 입장에서 현대차의 입장을 대변하며 눈총을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현대캐피탈과 같은 자동차금융이 독과점 문제 해결방안으로 방카슈랑스와 같이 한 업체가 점유율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25%룰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복합할부금융을 두고 '현대차 압박용' 카드를 제시했다는 의견도 전해지는 상황이다.

방카슈랑스 25%룰이 자동차금융에 도입되면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비중을 전체 25% 이상 가져갈 수 없게 돼 수익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아직 내용을 파악 중이며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어떤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도 "이미 복합할부금융, 은행 대출 등으로 캐피탈사의 할부금융을 이용하는 비중이 자동차 구입의 30% 미만인 만큼 25%룰이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태영 리더십 '또다시 시험대'

현대차와 카드업계의 싸움이 현대카드·캐피탈까지 영향을 미치며 향후 정 사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정 사장은 2003년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사장에 취임해 놀라운 속도로 회사를 성장시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타 카드사와 다른 '현대카드스러움'이란 이미지를 만들며 독특한 이력을 쌓았다. 현대캐피탈도 해외진출에 성과를 거두며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사회 의장을 맞고 있는 현대라이프의 적자와 현대캐피탈 독과점, 복합할부금융 상품 등 문제가 터지며 정 사장의 리더십 또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수익사업이던 복합할부금융 판매를 줄여가며 현대차 입장에서 대변인 역할을 착실히 해온 결과가 다시 현대캐피탈의 수익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라 향후 결과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