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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조선소가 막장인생 종착점? …고용창출 효자산업(上)

정규직 직원 자녀학자금·해외유학비 지원…업계 특수성으로 급여기준 달라

추민선 기자 기자  2014.11.07 17: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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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업에 실패해 수억대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취업이 힘들어졌습니다. 고되면서도 환경이 열악하다는 조선소에 대한 얘기를 들어왔지만 인생 마지막 종착점이라 생각하고 조선소 일을 결심하게 됐죠. 하지만 막상 조선소에 일하다 보니 복지혜택과 안정적인 급여가 마음에 들어 정착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 이성무·가명·52세

조선소는 배를 만들거나 고치는 곳이다. 방위산업체에 해당하는 국내조선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반도체산업에 이은 두 번째 효자업종이다. 전 세계 수주 실적·생산 실적 1위를 유지하며 매출의 90%를 해외로 수출한다.

아울러 여기에 투입되는 업계 종사자만 약 18만명에 달하는, 국내 고용유발효과 1위 산업분야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노동 강도, 무허가 업체와 불법소개소에 따른 피해는 물론 안전 불안감도 여전해 조선소에 근무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막장인생'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인식이 사실인지 확인하고자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3대 조선소를 비롯해 STX, 삼호, 한진중공업 등과 중소 조선소로 이뤄진 국내 조선소 노동환경 및 복잡한 채용구조를 살펴봤다.

◆제작기간 특수성은 시급·시급제 때문

조선소의 급여기준과 채용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조선소의 급여기준은 시급제와 일급제으로 구분된다. 시급제는 시간을 계산해 급여를 주고 일급제는 시간에 상관없이 정해진 일급으로 급여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보통 8시간 근무, 1시간 식사시간 등의 정형화된 근로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시급제와 일급제로 나뉘는 이유는 배를 제작할 때 시행 기간에 따라 투입인원과 시간이 결정되는 까닭이다.

조선소는 배를 먼저 만들어 영업하는 것이 아니라, 선주의 요청이 있을 때 제작에 들어간다. 선주가 짧은 시간 내에 선박 제작을 요청하는 경우 단기간 내 많은 인원과 작업시간을 요구하는 만큼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시급과 일급제로 지급하게 된 것.

시급제 근로자는 정규직 사원으로 4대 보험 가입은 물론 정규직에 상응하는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규직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자녀 학자금 지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자녀 대학학비 지원과 함께 해외 유학금액(근속기간 5년 이상 자)까지 더해준다. 삼성중공업도 자녀 학자금 50%를 지원한다.
 
이외에도 △각종 상여금 △성과급 △잔업수당 △휴가보너스 △경조사 △우수사원 해외연수 △우수사원 직영전환 기회를 부여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급제는 급여수준이 시간제 근로자 보다 높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형태며 정규직 직원이 아닌 이유로 정규직만큼의 복지혜택은 바랄 수 없다.

시급제, 일급제 모두 공통으로 적용받는 사항은 △4대 보험 △퇴직금 △기숙사 △통근버스 △사내식당 이용 △안전화 △근무복 지급 등이다.

한편 처음 조선소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해당 직종 경력이 전무하거나 신용불량자 등이 많아 시급제보다는 일급제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후 1년 후에는 시급제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 조선소 근무형태의 특징이다.

◆'복잡다분' 사내협력사·물량팀 채용구조

조선소 채용구조 중 가장 복잡한 형태는 인력투입과 관련한 채용구조다. 원청사가 직접 공채를 통해 뽑는 경우를 제외하고 조선소 배치된 인원은 협력사에 1차로 인력을 공급하는 사내 하청 채용기업과 2~3차 인원을 공급하는 물량팀에 의해 인원을 채용한다.

선박 제작은 원청사가 직접 배를 제작하는 구조가 아닌 부문별로 협력사들이 원청사와 계약을 맺어 조선소 단지 내에서 이뤄진다. 원청사 내 협력사들과 직접 계약을 맺어 인원을 채용, 공급하는 업체가 1차 사내 하청  채용기업이며 2~3차 하청에 따라 이뤄진 물량팀으로 구분한다. 이들 업체는 협력사에 필요한 인원을 모집하고, 안전교육 실시 후 인원을 보낸다.

이처럼 조선소에는 물량팀이 있다. 협력업체의 물량은 일정하지 않은데 1년에 '1200'이라는 물량을 받았다고 가정할 때 한 달 '100'씩 배정받는 것이 아니라 어느 달에는 '150', 어느 달에는 '50'의 물량을 배정받는다. 배정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업체평가 점수가 낮아지고 이는 업체 퇴출의 시발점이 돼 아무리 무리한 물량이 들어와도 협력사들은 이를 지켜야 한다.

바쁜 기간 이 모든 물량을 본 공사로 진행하기 힘들뿐더러 인원을 더 채용하자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원하는 규모의 인원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물량이 줄었을 때 인원 정리하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조선소에는 물량팀이 존재한다. 급한 물량을 업체별로 돌아가며 일해주는 개념이며 사수 및 조공 숫자에 맞춰 물량팀장이 우두머리가 돼 운영된다.

이런 물량팀은 규모도 천차만별로 작은 팀은 10명 내외며, 큰 팀은 50명도 넘는다. 특히 물량팀을 통해 채용된 인원들은 원청사 소속이 아닌 물량팀 소속 근로자로, 이들은 물량팀의 정규직(시급제) 또는 일당급(계약직) 형태다.

이런 이유로 물량팀 소속 정규직이라 할지라도 사내 협력사와 계약된 정규직이 아닌 탓에 성과급, 상여금, 학자금 지원 등의 혜택은 없으며 협력사에서 제공하는 복지혜택만 받을 수 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사내협력사 채용업무 전담 기업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는 대양조선해양에 등록된 채용 담당 협력사로,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들의 채용 관련 업무를 맡는다.

◆찾기 힘든 외노자…방산업체 특성상 어쩔 수 없어

사내 채용전담 협력사를 통해 입사하는 근로자들은 100% 사내 협력사 정식 직원으로 입사 가능하며 소개소, 무허가 파견업체 소개에 따른 입사 관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더불어 정규직으로의 입사는 물론, 본인이 원하는 직종을 골라 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수사원에 대한 직영전환 기회도 있어 계약직 입사 때는 100%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협력사들에게 인원을 소개시키기만 하는 채용대행업체들도 살필 필요가 있다. 이들은 채용대행만 진행하는 만큼 기숙사, 4대 보험 가입 등은 인원을 요청한 사내 협력사에서 직접 제공한다.

다시 말해, 1차 하청 채용협력사 및 사내 전담 채용 협력사를 통해 들어와 시급제로 근무할 경우 협력사 정규직 직원이 받는 모든 혜택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다만 물량팀 소속으로 근무할 때는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한편 조선소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외국인 근로자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들이 주로 하고 있는 업무 역시 '통역'에 관한 것이며 원청사 요청에 따라 인원을 채용한다.

이는 방위산업체인 조선소 특성상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비율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소 일은 한 가지 업무를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달라지는데,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매번 통역을 통해 업무를 지시해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원활한 업무지시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채용은 필요한 분야에 한해 최소한만 이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