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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조선소가 막장인생 종착점? …고용창출 효자산업(下)

무허가 업체 가격생태계 파괴…가격만 보고 지원, 근로자 피해 속출

추민선 기자 기자  2014.11.07 17: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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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조선소 일은 흔히들 고용이 불안정하고 근무환경이 열악해 취업이 힘든 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이 주로 근무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무허가 업체들이 잘못된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채용 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지는 조선소 채용광고에서 이 같은 무허가 업체를 가려내기란 힘들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너무 높은 단가를 제시하거나 다른 채용광고에서 접하기 힘든 '특별한' 조건을 내놓는 경우에는 입사 전 충분한 검토를 통해 지원하라고 조언한다.

◆조선소 불신 조장하는 무허가 업체들

물량팀이나 사외협력사의 경우 인원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평균적인 기본 인건비를 무시하고 터무니없이 높은 일급을 제시해 인원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 무허가 업체가 많아 급여만을 보고 지원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일부 이러한 기업들은 오직 인원수급만을 목적으로 타 업체들보다 높은 급여를 제시하지만, 근로자들은 막상 입사 후 3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3개월이 지나면 근로기준법상 수습사원에서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채용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협력사의 평균 노임단가를 무시한 채, 높은 단가로 인원을 채용함으로써 동일 사업장 내 근로자 간 임금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점점 인력을 모집하는데 악재가 된다. 이 같은 행태가 지속될수록 가격생태계를 흐리게 되고, 합법적으로 채용업무를 담당하는 업체에 피해가 돌아간다.

또한 한 사업자가 다수의 사업장을 내고 3개월이 되기 전에 근로자를 임의로 다른 사업장 소속으로 옮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이유로 근로자는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 힘들고 부당해고에 따른 보호를 받기도 어렵다.

이외에도 급여 지급과 관련 '먹튀(돈을 받은 후 도망간다는 뜻의 속어)'까지 발생하는 등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간간이 들리는 낙사사고 등의 안전문제와 더해져 조선소 근무를 '막장인생'이 선택하는 최하위 직업으로 대중에 각인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는 안전관리 측면에서 어느 산업보다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 곳곳에 안전요원을 배치, 사고에 대비한다"며 "부당업무 지시에 대해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경찰서·소방서 등도 조선소 내에 있어 어느 분야보다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소의 사망사고는 1년에 2~3건에 불과한데 조선소 특성상 365일 24시간 근무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수치는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며 "건설현장의 재해수와 비교하면 재해율은 거의 '0%'에 가깝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조선소에서 근무 중 습득한 기술은 전문성을 갖는데 우수사원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있고, 노동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만큼 급여 보장과 근로기준법 내 기준을 준용하고 있다"며 "과다작업, 노동시간 등에 따른 근로자 권리를 침해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여기에 더해 한 조선소 근로자는 "흔히들 조선소에서 일하면 '막장인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선소를 벗어나 다른 분야에 일하다 보니 조선소만큼 안정적인 고용과 혜택을 보장받는 곳이 없다"며 "오히려 조선소를 나가면 '막장'"이라고 조선소 근무에 대한 긍정론을 피력했다.

한편 조선소 근무에 대한 불신과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은 무허가 업체의 근로조건 변경과 과대·과장광고에 따른 이유가 크다. 조선소 경험이 없는 일반 외주업체들이 난립해 근로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사기, 혹은 사기에 가까운 만행을 저지르는 것.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90%의 조선소 근무자들은 절박한 심경과 사연으로 타지에서 주거지를 옮긴 사람들"이라며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들을 이용해 악행을 저지르는 업체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달 2000명 고용창출…인원수급 어려움도

조선소에 투입되는 인원은 한 달 평균 2000명 정도로 많은 편이다. 이는 고용창출 효과가 타 부문보다 큰 산업이라는 이유를 뒷받침하지만 그 수준의 이탈자가 발생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입사 후 3개월 내 퇴사비율은 70%정도로, 이직과 퇴직이 빈번히 이뤄진다. 이런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세 가지 원인을 꼽았다.

첫 번째 이유는 기숙사 등 근로환경과 인간관계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만한 숙박시설이 현저히 부족해 많은 인원이 한 곳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다양한 경로에서 입사한 근로자들이 서로 소속 및 급여가 달라 생기는 문제도 상존한다.

특히 조선소 경험이 없는 신생업체나 인원투입에만 신경 쓰고 사후관리를 등한 시하는 업체 소속 근로자일수록 퇴사 비율이 높다고 한다. 거제도를 위시한 조선소 채용협력사들은 심각한 인원갈증에 허덕이고 있다. 잘못된 경로로 유입되는 인원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선소 업무는 처음부터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는 '비정규직'이라는 다수의 인식도 인원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가격경쟁 탓에 조선소 산업은 예전만큼의 경기를 유지하지 못하지만 연간 국내 수주액 40조원 이상으로, 국내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더욱이 단순 제작에 그치지 않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초점을 전환하면서 해양플랜트로의 변환을 시도해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특히 학력, 나이, 경력 구분 없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직종으로 고용창출에 이바지하는 바가 커 잘못된 채용구조 때문에 고용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진다. 이는 곧 무허가 업체의 강력한 단속과 함께 복잡한 채용구조에서 효율적 채용구조로의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