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이수영의 풍문접수] '상폐위기' STX엔진·중공업 '계약결혼도 OK'

"채권단과 합병·일부 사업부 분리매각 검토" 첫 인정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1.07 16:34:0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반년 넘게 거래정지 상태인 STX중공업(071970) 투자자들에게 희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지난 9월부터 업계에는 STX엔진(077970)이 중공업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요. 지난달 초 한 언론의 보도로 공론화됐던 합병설이 지난 4일 회사 측의 조회공시답변을 통해 일부 구체화한 겁니다.

일단 STX중공업의 답은 '미확정'이지만 채권단과 합병을 비롯해 일부 사업부 분리매각 등을 검토한 바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모두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적격성 실질심사 중이라는 점에서 채권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분명 호재였습니다.

STX중공업은 STX건설과 함께 그룹에서 플랜트, 건설 분야를 이끌던 핵심 계열사였습니다. 시멘트, 발전, 화공 플랜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특히 이라크 건설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진출 계획이 있는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죠. 다만 EPC(일괄수주) 업계 불황으로 새 주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어쨌든 회사는 이날 공시를 통해 "채권단과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STX엔진과의 합병 등을 논의했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경영구조 개선을 위해 플랜트 사업부문 분리매각 방안도 검토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잠재적 인수 후보들에게 인수의향서(티저레터)를 발송하는 등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 떠돌던 소문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입니다.

STX그룹 해체 이후 STX엔진과 중공업은 채권단 공동관리 아래 구조조정을 진행 중입니다. 업계에 떠도는 말을 모으면 채권단은 지난달 두 회사 합병을 위한 컨설팅 업체를 선정, 합병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재 STX엔진은 농협(18.72%), 산업은행(15.97%)에 이어 11.08%의 지분을 가진 주요주주입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일단 두 회사를 합쳐 상장폐지를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쪽에 가닥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STX엔진의 경우 전액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지만 채권단이 합병을 통해 출자전환 등을 거치면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투자자들은 조만간 이들 종목의 거래재개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양입니다. STX엔진은 자본 전액 잠식이 확인되며 올해 3월14일자로 매매거래가 중지됐고 STX중공업 역시 경영진의 배임혐의가 불거지며 5월8일부터 거래정지 상태에 빠졌는데요. 주식을 팔지도 못한 채 속만 끓이던 투자자들은 반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이번 합병설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은 향후 STX 정상화에도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여기에 채권단 역시 STX뿐 아니라 금호산업,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줄줄이 경영정상화를 이끌어야 할 대기업이 줄을 서 있어 상황을 빨리 마무리할수록 좋은 형국입니다. 일각에서 양사의 합병이 연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죠.

아무쪼록 무너진 '샐러리맨 신화'의 안타까움은 뒤로 하고 STX 계열사들의 부활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