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박근혜 정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최적 타이밍'

한국 기본체력 확인, 내우외환 상황 '극약처방' 적기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1.05 10:41:2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정부가 연일 위기상황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권도 선뜻 나서지 못해 문제를 계속 키워온 공무원 연금 개혁 이슈에 손을 대는가 하면, 노동계와도 줄곧 현안을 놓고 긴장관계를 반복해왔다.

공기업에도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해 구성원들을 적으로 돌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샀다. 각종 단편적 뉴스들만 놓고 보면 통상 여러 정권이 누려온 집권 2년차의 안온한 상황은 온데간데없다. 왜 정부는 이런 소란과 갈등을 자초해온 것일까.

이런 의문은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뜻을 분명히 하면서 어느 정도 풀린다.

정부는 그간 우리 경제의 기울어진 척추를 수직으로 곧게 세우고 균형을 잡겠다는 본격적 체질 개선의 의사를 분명히 드러냈다.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을 맞추며, 기초체력 안정과 역동성 보장의 조화를 이루겠다는 등 그간 성장위주 정책, 분배중심 정책 등으로 갈렸던 정권별 드라이브 패턴을 완전히 깨고, 후대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공통으로 쓸 수 있는 경제망의 백년대계를 제시하겠다는 것.

◆체력은 되지만, 수출 위기 때 주저앉을 구조

이런 문제를 굳이 왜 현재 시도하고 독려하는 것일까. 더욱이 일각에서는 지금이 위기며, 이럴 때일수록 몸을 낮춰야 한다는 대증요법(對症) 사용을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우리 경제가 기본체력은 어느 정도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들의 횡포 탓에 한 번은 겪어야 할 불가피한 열병이기 때문에 이때 문제들을 한꺼번에 함께 처리하는 강수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한 직후, 일본은행은 전격적으로 양적완화 확대를 결정했다. 한국경제는 대외리스크의 파도를 연거푸 맞은 셈이다. 일본의 돈풀기가 가속화되면 엔화 약세(엔저)에 속도가 붙고, 우리의 수출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내년으로 예상되는 정책금리 인상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한국을 떠나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뜻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고단한 숙제다. 두 가지 다른 방향성의 악재라 한 군데로 몰아서 풀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을 약간만 포기하면서 비구름이 지나가길 기다리자는 소극적 의견이 대두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안주 의견은 현재 한국의 경제 모델이 과거부터 누적돼온 성장통을 제대로 풀지 못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달콤하지만 곤란한 독배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경제 구조를 본질부터 바꾸는 방향으로 3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집권 후반기에 이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미리 밝힌 것은 이런 문제 때문이다.

◆'미국·일본' 자국 이기주의 가속화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일 발표한 '성장의 질의 OECD 국가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질 지수는 OECD 회원국 중 2000~2004년 24위에서 2005~2009년 21위, 2010~2013년 18위로 상승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장의 질 지수 중 성장 펀더멘털(기초여건) 부문 순위가 급상승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 경제가 빠르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며 국민 소득이 향상됐고 이에 따라 빈곤 문제 등이 해결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풀이했다.

반면 다양한 성장 자원 부문의 순위는 낮았다. 우리나라 수출 상품이 특정 부문에 집중돼 수출 주력 분야의 경쟁력이 훼손될 경우 미래 성장동력이 약화될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성장의 질 지수 중 사회적 산출물 부문도 2000~2004년 23위, 2005~2009년 21위, 2010~2013년 21위로 정체됐다. 보건·교육 수준은 과거 하위권에서 최근 중위권으로 향상됐지만 기회·안전 분야에서는 하위권이었다. 지니계수와 고용률로 분석한 기회 분야에서도 순위가 낮았다. 안전 역시 순위가 낮았다.
 
이 보고서는 결국 경제 주체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소득불평등을 완화해 인적자본을 축적해야 장기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우리 역대 정권들이 그간 '보수-진보' 등 성향에 따라 '성장과 분배' 중 하나의 이슈에만 매몰돼 정책 진행 방향을 택했고, 그로 인해 불균형한 모델이 가진 한계를 해결하는 누적된 성장통 해결은 도외시한 점을 언젠가 풀어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다만 기본적인 체력은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 갖췄기 때문에 이번 시험대를 오히려 강력한 처방을 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전환하는 발상의 전환도 가능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결국 이번 정부는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 등의 어젠다 아래에서 대기업 위주 경제의 병폐, 수출 주도 경제의 한계 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조명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주체들의 경제적 지위와 사회복지적 배려 강화 등을 모두 아우르는 작업을 추진하자는 점을 과제로 택했다.

이를 위해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적들과 연이어 씨름하는 고단한 상황을 감수하거나 때로는 자초하는 선택을 불가피하게 한 것이라는 진단이다.

◆미국 뉴딜정책도 초기엔 인기 없어

하지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번 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6주만에 40%대로 추락하는 등 상황이 좋지는 않다. 장기적 포석과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3개년 계획 추진을 위한 정부와 청와대의 설명 노력이 제대로 먹혀들지 자신하기 어려운 시기라는 뜻이다.

청와대가 공무원 연금 수술 등 일부 집단의 표를 대거로 잃을 위험 요소에 계속 강한 의지를 보이며 포기 불가를 외치는 모습은 그래서 이질적이고 보기에 따라서는 무모한 선택으로도 읽힌다.

참고로 대공황 시기에 미국 연방 대법원은 국가산업재건법을 위헌판결해 루즈벨트 정부와 뉴딜정책을 무력화시키려 했지만, 정책 방향성이 옳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던 루즈벨트 대통령은 결국 여론 호응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청와대의 자신감과 비전이 상승기류를 만날 때가 언제일지가 이번 3개년 계획 성공이 뚜렷한 이벤트로 역사에 남을지 백일몽으로 끝날지를 가늠할 관전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