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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된 KT CFT, 불만족 업무로 퇴사 조장 '의혹'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회' 개최…인력퇴출 프로그램 연장선상 주장

최민지 기자 기자  2014.11.04 17: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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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T는 내 인생에서 둘도 없는 둥지고 버팀목이었지만 이제 KT라는 얘기만 들어도 소름이 끼칩니다. 일꾼을 사랑하지 않고 인간의 기본성을 망가뜨리는 주인 없는 회사에서 단기적 수익만 꾀하고 나가버리는 바람개비 경영자가 있는 한 이러한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37년하고도 8개월을 KT에서 근무하고 내년 정년퇴직을 눈앞에 둔 KT CFT(Cross Function Team) 근무자는 4일 이인영·은수미 의원실과 KT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회'를 통해 이같이 호소했다.

지난 4월 KT가 8300여명의 명예퇴직을 진행한 과정에서 CFT라는 조직을 신설한 후 명예퇴직 신청 거부자를 배치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2003년 '상품판매전담팀' 2006년 'C-Player'로 불리는 인력퇴출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현재 KT 경기지사 CFT팀에 소속된 한 직원은 "상품을 팔고 그룹사 상품에 대한 전단지를 뿌리고 무선통신 품질 측정 등의 업무를 부여받고 있다"며 "KT에서는 회사 매출의 중대한 역할을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업무는 이미 용역업체로 넘어간 지 오래된 업무일 뿐"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역량보다 낮은 수준의 업무를 지시해 업무 만족도를 낮추고 스스로 회사를 나가게끔 조장한다는 것.

이날 발표된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CFT 직원 2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76.1%가 '현재 업무가 불필요'하고 68.3%가 '업무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은 "CFT에 배치된 인원들은 대부분 명예퇴직을 거부한 잔류자들로 구성됐다"며 "정식 조직 편제에 없는 비편제 조직으로 일반 지역조직 노동자들과 완전히 격리된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당사자들은 CFT를 자조적 표현으로 'KT아우슈비츠' 내지 '잡부모임'이라 부른다"며 "제대로 된 업무가 주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CFT 노동자들은 자존감 상실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표된 조사를 보면 응답자 86.3%가 지난 4월 명예퇴직 요구를 받았다. 명예퇴직 요구 수준의 경우 56%가 불이익 우려 수준, 17.4%가 강압적이라고 응답했다. 명예퇴직 요구에 불응했을 때 △인사상 불이익 △기존 업무에서 배제 △계속적 면담 요구 △조직구성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 등의 조치가 행해졌다는 의혹도 나왔다.

아울러, KT가 대상 직원들을 CFT에 배치시킨 이유로는 명예퇴직 거부 47.2%, 노동조합 활동 30.6%였다. 또, 지난 4월 KT에서 명예퇴직한 8320여명 중 1055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은 설문조사에서는 48%가 명예퇴직을 결정한 주요 이유로 잔류 때 가해질 불이익을 꼽았다. 

KT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은 "KT에서 벌어진 괴롭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경영전략으로 괴롭힘이 사용될 경우 일반적 경우와 달리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이 대변인은 법제화를 통해 괴롭힘과 같은 피해를 입었을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적 규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KT 측은 "업무지원 CFT팀은 현장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구성된 정규조직으로, 직원 퇴출을 위한 부서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이번 설문조사는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에 불과하며 조사방식 또한 신빙성을 따지기 어렵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