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우리나라 고전 건축의 전범(典範)으로 일컬어지는 ‘종묘’가 4월의 건축환경문화에 선정되었다.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위원장 김진애)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의 하나로, 삶과 죽음의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최고의 고전건축인 ‘종묘’를 4월의 건축환경문화로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종묘’는 조선 역대 임금들의 신위를 모신 왕조의 사당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다. 건축·환경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원로건축이다. 특히, 종묘는 서울의 중심에 자리해 서울시민들에게는 공원으로, 학생들에게는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현재에도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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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 정전 정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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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의 정통성을 보장하는 정치적 상징이었던 ‘종묘’는 국가 최고의 고급건축임에도 화려하지도 현란하지도 않다. 마당은 거칠게 다듬어진 돌들을 불규칙하게 깔았으며, 벽의 문은 모양새 없이 육중한 널판문을 달았다. 문양도 없는 단청을 하는 등 매우 단순하고 소박하다.
이 단순함과 소박함은 기술이나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나온 것은 아니다. 고도로 계산된 단순함이자 세련된 소박함이다. 일반 건물보다 크고 무거운 정전의 기와지붕은 중력을 거부하고 마치 기단위에 떠 있는 듯하다. 장식이나 기교에 의해 자기를 돋보이려하지 않고, 건축의 근원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지는 추상적 건축의 극치를 보여주는 최고의 고전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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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 정전 상월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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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에게 산 자들이 제사를 지내는 ‘종묘’는 정전의 신실이 19칸, 영녕전이 16칸이다. 이 똑같이 생긴 방에는 똑같은 제기들이 놓여있고, 똑같은 제의가 드려진다. 끝없이 연속되는 반복을 통해 일상적인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든다. 건축적 반복을 통해 죽은 자들의 시간과 공간에 다가간 것이다.
4월의 건축환경문화로 ‘종묘’가 선정된 것에 대해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관계자는 “삶과 죽음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공간들을 완벽하게 해석한 동양적 건축원리를 통해서 숭고한 신전건축의 세계를 창조한 점이 높이 평가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