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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비정규직 3년 연장 논란, 여전히 어긋난 삼박자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대책' 이달 중 가닥…노사 양보 없는 형국

하영인 기자 기자  2014.11.04 10: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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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비정규직 근로기간 연장이 도마에 오르면서 노사 간 첨예한 대립각이 또다시 예견된다.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이달 중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대책'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노사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정규직 기간 1년 연장이 불러올 결과는 크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아웃소싱 업계도 그만큼 입장은 조심스럽다. 이에 맞춰 여전한 삼각관계 구도를 재조명했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새나온 정부발 '비정규직 기간 3년 연장'에 노동계와 경영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비정규직법을 근거로 한 근로자 처우개선을 두고 입장 차이가 컸던 만큼 각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큰 충격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노동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대책에 시선을 돌렸지만, 벌써부터 분위기는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경영계는 고용유연성을 내세워 비정규직 연장을 반기지만, 노동계는 불안정한 고용기간을 늘릴 것이라는 이유로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한 치 양보 없는 대치 형국에 아웃소싱업계는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용부 '돌발변수' 언급…결과 미지수

노동부는 지난달 23일 비정규직 기간 연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는 공식입장을 전했다. 바로 다음 날 열린 노동부 국감에서도 이석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비정규직 고용기간 3년 연장안'에 대해 직접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이 장관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대책에 대해 분야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이를 담당했었음을 언급하며 "실제 만나본 30세 이상의 기간제근로자들은 비정규직기간 연장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고 첨언했다.

이를 두고 박영 노동부 사무관은 "기간연장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견해가 달라 수시로 논의된 일"이라며 "이번 대책 수립은 양측 의견을 다 펼치고 검토할 예정"이라며 "돌발변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 일정은 11월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을 보탰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지난 정부 당시 근로기준국장으로 기간제·파견근로자 노동기간을 4년까지 늘리는 법안을 추진했던 만큼 이번 3년 연장안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가능성의 무게추가 어느 방향으로 기울지 추측하기 힘든 셈이다.

◆경영계, 고용기간 연장 시 정규직 전환↑

현재 공기업부터 정부 차원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지면서 고용안정화가 진행 중이지만 일반 기업은 불협화음이 여전하다. 공기관 비정규직은 2016년부터 전체 정원의 5% 이내까지 줄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2015년까지 6만5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현재 비정규직 인력 비중이 38%에 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인력은 오는 2017년까지 20∼30%에 맞춰 축소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계는 고용분야의 규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0일 파견업종 제한 등을 '경제 발목 잡는 5대 규제개혁과제'로 규정한 건의문을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에 제출한 바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의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만큼 3년 연장 추진을 옹호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2년 제한 때문에 10년이고 15년이고 더 일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며 "3년으로 연장되면 그만큼 숙련도 증가로 정규직 전환이 늘 것"이라며 "규제를 풀어야 노동 유연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부 경제단체도 "비정규직 고용 2년 후에라도 당사자 간 합의가 있다면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계속 요구 중이다.

◆노동계 "비정규직 연장은 곧 고용불안 확산…반드시 막겠다"

이를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선은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여야 진통 끝에 합의안으로 도출된 결과가 2년인데, 더 이상의 연장은 비정규직을 악용하려는 심보가 아니냐고 지적한다. 정부의 '기업 편의 봐주기'에 불과하고 양질의 일자리 전환이 급선무라는 강조다. 

강규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현재 비정규직 기간은 2년이지만 22개월 근무 후 계약을 해지하는 등 법이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부작용 때문에 3년으로 늘인다고 주장하지만 연장하더라도 분명 똑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 비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비정규직 10명 중 1~2명만이 정규직 전환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 국가 중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이에 더해 강 위원장은 3년간 근무하면 업무가 숙달되는 만큼 부작용(정규직 미전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경총의 견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신규 인력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 고용(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객관적인 데이터도 없고 아무런 근거가 없고, 불안정한 비정규직 기한만 늘려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현재 안건은 비정규직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같은 근로자를 업체만 바꿔 비정규직으로 위장 고용하는 사업장부터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것. 

강 위원장은 "만일 정부가 이를 도입하려고 시도한다면 우리가 힘을 합쳐 막아내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심스런 아웃소싱업계 평가는 '일단 긍정적' 

아웃소싱업계는 전반적으로 고용기간 연장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공급사 비용 감축 면에서 탁월할 뿐 아니라 사용사와 근로자에게도 실보다는 득이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웃소싱업체 한 관계자는 "한 번 사람을 채용할 때 광고비, 교육비 등의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데, 비정규직 기간 연장 시 인력수급 면에서 이로운 것은 물론 번거로움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용사도 3년으로 연장되면 2년마다 사람이 바뀌는 것보다 전문성과 생산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신입보다는 3년차인 사람이 좋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아웃소싱업계 관계자 역시 "단편적인 면을 갖고 '좋다·나쁘다'를 쉽게 단정 지을 수 없지만, 근로자에게도 좋은 측면이 더 강하다"며 긍정론 쪽에 무게를 뒀다.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좀 더 일하고 싶을 경우 보편적으로 3년까지 갈 수 있으니 좋고, 경력 면에서도 2년보다는 3년이 좋을 것이라는 견해다.

다만, 그는 정규직 전환이 2년이면 판가름 났는데 3년으로 늘어났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하는 만큼 노동시장을 겨냥해 비정규직 기간을 제한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짚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아웃소싱업체에 들어오는 친구들은 정규직이 되지 않아 온 사람, 원하는 직무와 매칭이 용이해 찾는 사람, 단기간 일하고 싶다는 입장 등 저마다 다른 이유를 갖고 있다"며 "무조건 2년이라고 해서 고용이 불안하다는 것은 맞지 않고, 3년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말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