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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보험사 생색내기?" 고객 외면받는 '정책성 보험'

4대악 보험부터 장애인연금보험·노후실손보험까지 판매 부진

이지숙 기자 기자  2014.11.03 17: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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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가 앞장서 추진한 정책성 보험상품이 고객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올해 들어 정부 의지에 따라 '4대악 보험' '노후실손의료보험' '장애인연금보험' 등 정책성 보험상품을 꾸준히 내놨지만 제한적인 수요층과 저렴한 보험료 때문에 보험사가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유명무실'한 보험상품이 된 것.  

현대해상은 지난 7월 박근혜 정부의 '4대악' 척결에 발맞춰 '행복지킴이상해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4대악척결 범국민운동본부와 현대해상이 업무협약을 맺어 마련한 것이며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까지 '4대악'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보상한다.

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정 자녀 중 19세 미만자가 대상이며 지방자치단체나 학교에서 단체보험 형식으로만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4대악 척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업계 최초로 출시된 이 상품은 현재까지 한 명의 가입자도 받지 못한 상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지자체가 단체로 가입하는 상품이다 보니 예산확보 등으로 인해 올해 안에는 가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수익성을 보고 출시한 상품이 아니고 사회안전망 기준으로 만든 상품인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4대악 보험 외에도 정부 정책으로 출시된 '노후실손의료보험'과 '장애인연금보험'의 성적도 초라하다. 지난 5월부터 NH농협생명과 KDB생명에서 판매 중인 장애인연금보험은 매달 신계약 수가 100~20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8개 손해보험사에서 지난 8월부터 판매를 실시한 '노후실손의료보험'도 업계에서 '히트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손보업계 '빅3'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삼성화재의 경우 10월 말까지 2017건, 현대해상 471건, 동부화재의 경우 476건(9월 말 기준)을 판매한 상태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전체적으로 히트상품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며 "가입대상자가 제한적이기도 하고 50세 이상 가입자들이 기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된 경우도 많아 향후 관련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낮은 수익성과 설계사 수수료 등도 판매부진에 한몫하고 있다. 정책성 보험 특성상 보험사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고 보험 판매에 나서야 할 설계사들이 수수료가 적다보니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가 주도적으로 상품 출시에 나선 '녹색자동차보험' '자전거보험'도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으며 출시 의도를 무색케 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지금까지 정책성 보험은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설계되고 시장의 외면을 받는 과정이 반복됐다"며 "보험사나 금융당국이 생색내기로만 만든 상품으로는 시장에서 팔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사회적 낭비가 초래되지 않기 위해선 정부가 정책성보험의 일부를 보조 지원해주며 소외계층에 맞춤형 상품을 만들도록 감독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실적주의를 지양하고 인식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