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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공공부문 시중노임단가 적용… 실태는?

고용부 산하기관조차 18.2% 준수…"용역단가 월 30만원 인상될 것"

하영인 기자 기자  2014.11.03 15: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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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는 청소·경비 등 단순노무 간접고용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부문 용역(외주)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실시, 공공기관에 하달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중 이를 따르는 기관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심지어 이를 내세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의 산하 기관 80%가 해당 지침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지적에 시중노동단가를 도입하려는 공공기관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미미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청소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법 위반 논란을 빚은 헌법재판소가 사법기관 중 처음으로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따르기로 해 눈길을 끈다.

공공부문부터 선행해야 할 시중노동단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고용부 산하 115개 기관 중 지침 준수 '단 21곳' 

지난 2012년 1월16일 노동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내세운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은 공공부문 단체가 용역업체와 계약 시 노임단가를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중노임단가 적용이 골자다.

간단히 말해 시중노임단가는 제조부문 노동자의 평균 노임이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는 매년 9월 중소제조업의 직종별 임금(일급)을 파악,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시 노무비 산정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용역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해 시행 중인 지침을 정작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10곳 중 8곳이 지키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민현주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새누리당)은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청소·경비 용역 근로자의 시급 및 근로시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하기관 본부, 지사 등 총 115개 기관 중 고용부부 지침을 준수하는 기관이 21개(18.2%)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115개 산하기관 중 시중노임단가 미만을 지급하는 곳은 무려 94곳(81.7%)이었고, 최저임금 미만인 곳도 43곳(37.4%)이었다. 

인천산재병원을 비롯해 △대구산재병원 △폴리텍대학교 목포캠퍼스 △폴리텍대학교 신기술연수센터 등은 올해 최저임금 시급인 5210원보다도 낮은 4689원을 지급하고 있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경비 용역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의 90%까지 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도록 지침을 내린 노동부의 산하기관조차 이를 솔선수범하지 않는 만큼 다른 기관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임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 33.4% 시중노임단가 '불이행'  

현재 경찰청과 지방청,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비정규직근로자는 416명으로 △청소 △경비 △시설관리 △영양사 △사무보조 등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들 중 시중단가 적용 대상인 청소 업무 근로자 153명에게 시중노임단가(7916원)가 아닌 최저임금이나 이보다 조금 높은 무기계약직 1호봉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경찰청은 외부인력이 아닌 직접고용으로 시중노임단가보다 더 낮은 임금을 지급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행안부 관계자는 "지침에서 용역근로자로 특정 지은 것은 이들이 간접고용을 이유로 낮은 처우를 받고 있어 직접고용에 준하도록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연히 직접고용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도 적용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간접고용보다 처우가 낫지 않다면 정부가 나서서 직접고용을 유도할 이유가 없다는 첨언이다.

이처럼 간접고용 근로자에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라는 정부 지침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한 공공기관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정부 공공기관 479곳 가운데 160곳(33.4%)과 청소·경비 등 용역 계약을 맺은 업체들이 근로자에게 시중노임단가보다 낮은 임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중 15곳은 최저임금액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아울러 조사 대상 용역업체 1552곳 중 253곳은 원청인 공공부문 단체에 고용승계, 4대 보험 가입 등 약속 이행을 담보하는 확약서를 내지 않거나 확약서를 내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고용을 승계하고 용역계약기간 중 고용을 유지한다'는 지침 내용을 포함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헌법재판소, 사법기관 중 '첫' 시중노임단가 적용 

헌법재판소는 내년부터 최저임금 대신 시중노임단가를 기준 삼아 청소용역노동자 기본급을 정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17일 국정감사에서 서 의원이 지적한 최저임금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임금기준 단가와 관련, 최저임금단가가 아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간 법원·검찰 등은 사법기관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산정해왔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기본급을 정부노임단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내년 예산에 1억원 이상의 추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회에서 예산 증액 시 수정 계약 등을 추진하겠다"고 제언했다.

서 의원은 이에 더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법원지부와 공동 주최로 '사법부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이날 서 의원은 "정부 지침 하에 정부와 공공기관, 감사원 등 용역 노임단가 책정 시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는 추세지만, 사법부는 행정부의 지침과 권고를 따를 법적 의무가 없다면서 계속 최저임금단가를 적용하고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청소노동자에 대한 시급이 최저임금에서 시중노임단가에 맞춰 용역입찰이 실시될 경우 용역업체가 최저낙찰률 85%(6728원)에 선정되더라도 청소노동자의 기본급이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기준 월 108만원에서 140만원으로 30만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