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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거래소의 희망사항 "순서가 틀렸다"

최경수 "공공기관 해제 연내 추진"…연봉 높고 실적 바닥인데 뭘 믿고?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1.03 1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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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거래소(이사장 최경수)가 공공기관 족쇄를 벗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국회와 여론의 눈총이 따갑다. 기획재정부는 한국거래소의 방만경영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공공기관 지정 해제 검토 계획을 밝혔지만 '꼴찌'를 면하지 못한 작년 경영실적에도 직원 연봉은 공공기관 중 최고라는 객관적 자료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2일 전체 공공기관 기관장과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을 공개했다. 한국거래소는 직원 1인당 평균 1억1244만원으로 공공기관 '연봉킹'에 올랐다. 역시 증권유관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도 직원 1인당 평균 1억100만원의 고액 연봉을 지급했고 관치금융 논란의 단골손님인 산은금융지주 역시 평균 1억원의 고액연봉을 자랑했다.

눈에 띄는 것은 직원 연봉에 말 그대로 '아낌없이' 투자한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경영실적에서는 독보적인 꼴등을 했다는 사실이다. 한국거래소는 경영평가 대상인 준정부기관 87곳 가운데 유일하게 최하등급인 'E등급(매우 미흡)'을 받았다. '월급 많이 주니 일도 잘하더라'는 식의 상식이 한국거래소에는 전혀 통하지 않은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공공기관과 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책임경영, 경영효율성 등을 평가해 성적을 매긴다. 지난해 경영평가 역시 올해 2월 대학교수와 공인회계사, 각계 전문가 등이 모인 평가단 158명을 구성해 3~5월 각 공공기관이 제출한 경영실적보고서를 기초로 수치화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지난해 기관평가 결과 총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포함해 총 117개 평가대상 가운데 A등급을 받은 곳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두 곳에 불과했다. B등급을 받은 기관이 39개, C등급이 47개로 대부분이었고 D등급 18개, 최하인 E등급을 받은 기관도 11개나 됐다.

거래소는 준정부기관 중에서 강소형기관을 뺀 32개 기관 중 유일한 E등급이었다. 특히 리더십과 책임경영 부문에서 C등급에 그쳤고 보수 및 성과관리, 노사관리 등 경영효율 면에서 D등급을 기록해 허점을 드러냈다. 거래소와 같은 등급을 받은 공기업은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대한석탄공사와 한국철도공사 정도다.

물론 거래소가 국내증권사들이 지분을 가진 사기업에 가깝고 자본시장업무 특성상 정부 규제에서 최대한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을 따지면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추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거래소가 ‘공공기관’ 딱지를 떼는 순간 냉혹한 실적평가 잣대에 설 수밖에 없다. 매년 형식적으로 치러지는 국정감사만 바라볼 게 아니라 기업공개(IPO)와 상장 이후 경영실적을 둘러싸고 상시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거래소가 지금의 체력과 맷집을 내세워 사기업으로서 온전히 건재할 수 있는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투자자 입장에서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정부의 철저한 경영공시와 평가 체계 아래에서도 방만경영, 실적부진의 늪을 헤맨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제대로 자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최경수 이사장은 올해 국정감사 현장에서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연내 추진하겠다고 강력하게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련의 평가자료를 보면 이 같은 자신감에 앞서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만큼의 실적을 내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