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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입법로비 논란? 차라리 양성화 방안은…

로비스트 전문성 흡수 대신 뒷거래 엄단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1.03 10: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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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치과의사협회 압수수색으로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입법로비 의혹이 압수수색으로 비화됐기 때문인데, 함께 겨냥당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며 반발 중이기 때문이다. 검찰 항의방문 계획을 밝히는 등 연일 반발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목회 등 끊이지 않는 입법로비 논란이 왜 매번 재발하는지 또 개선의 가능성은 없는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입법로비라는 개념 자체가 이제는 사라지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대두된다.

어떤 법률이 필요하다거나 기존 법률 혹은 제도를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국회나 행정부 에 요청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입법로비라고 부른다. 우리 정부는 법률안 제출권을 갖는데다 정부의 명령 등도 국민 생활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로비라는 단어의 이미지 가 덧씌워져 금품 등을 동원한 설득 작업이라는 의미가 부여된다.

이은영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보' 2014년 10월호에 로비스트 양성화 필요 성을 강조한 기고문을 냈다. 이 글에 따르면 같은 고충을 겪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여론조사를 하고 통계를 확인하기도 한다.

그 고충을 해소시키기 위해 외국에서는 어떤 조치를 강구했는지 검색하면서 전문가에게 맡겨 그 해결방안에 대해 연구를 시키기도 한다.

로비스트는 그 고충을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률안을 만들기도 한다. 국회의원을 방문해 그 고충을 전달하고 제도적 개선책에 대해 협의도 한다. 필요하다면 자신이 만든 법안을 보여주기도 하는 게 입법 로비스트의 역할이다.

이 같은 이상적 모델만 놓고 보면 도입 자체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 다만 금품 수 수 등 음성적 거래와는 차단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양성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논의와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변호사만 할 수 있고 정작 로펌 주력업무는 아냐?

헌법 제26조상 국민은 국가기관에 대해 문서로써 피해구제나 공무원 비위의 시정, 법률 ·명령·규칙의 제정·개정 또는 폐지나 공공의 제도 또는 시설의 운영 등을 청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은 이 같은 이른바 청원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이를 잘 알 수 있는 사람을 구해야 할 필요를 느끼나 이것도 쉽지 않다. 특히 이익집단 등은 자신과 국회의원 등을 연결지어 줄 고리를 찾는 과정에 필사적이다.

로비가 합법화됐고 이 업무를 하는 이들을 등록하도록 된 미국과 달리, 우리는 현재 로비를 업으로 하는 이의 출현과 활동을 시스템 안에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로비를 합법화하자는 논의가 나올 때마다 법조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입법이 무산됐는데, 현실적으로는 변호사만 로비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변호사법 제3조에서 위촉에 의해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를 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변호사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이를 어기는 경우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인이나 이익단체 등에서는 정치권에 연이 있는 보좌관 출신 등을 통해 선을 대려 하고, 여력이 있는 기업에서는 아예 대관팀을 구성해 정치권과의 접촉 창구를 넓히려 드는 것으로 입법로비를 하게 된다.

물론 일부 로펌에서는 법제컨설팅팀이나 입법자문팀 등 이 같은 입법로비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두고 관련 전문가를 배치하기도 한다. 국회사무처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나 보좌관 출신으로 나중에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을 얻은 이 등이 활동한다고 알려졌다. 사실상 이런 조직 형태가 입법로비 전문가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직을 꾸리는 것은 열손가락 안에 드는 정도의 로펌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중소 규모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 등이 여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양상이다.

업으로 여기에만 매달리기에는 모호한 상황이며 정작 대다수 변호사나 로펌들은 입법로비 본질에 닿는 새 시장 개척에 소극적이고, 현행법상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의해 음성적으로 수행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작 긍정적 형식의 입법로비를 해야 할 로펌들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 등에서 각종 자문과 편의 제공 등을 하는 메신저 역할에 안주하려는 의혹이 있으며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라도 입법 로비의 정립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하겠다.

◆음성적 접근, 주로 표와 돈으로 연결될 수밖에

입법로비의 필요성을 느끼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합리적 비용으로 활용할 창구가 적다 보니 결국 음성적 접근이 유효하게 활용된다. 학연·지연·혈연 등 인간관계를 활용해 라인을 맺는 건 고전적 형태다. 여기에 이익집단이나 경제단체들이 포럼 등을 내세워 경제적 이익이나 편의를 제공하기도 하고, 후원금 제공 등과 연결짓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당근이라면 채찍도 동원된다. 후자의 경우, 부정한 이익 제공을 반가워하지 않는 정치인도 압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이익집단은 일선 지역조직을 통해 표로 연결될 수 있음을 과시하며 압박하기도 한다. 지역에 공장 등을 가진 기업의 요구도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결국 읍소와 친분 설정이 먼저 무기로 활용되고 이것이 통하지 않을 땐 표를 무기로 압박하면서, 그 대가로 협회나 단체 등의 회원(및 친지 등) 명의를 다수 동원, 소규모 후원계좌 입금을 밀어넣어 주는 식의 도돌이표가 반복되는 한국적 입법로비 구조가 완성된다.

로비가 허용되지 않는 현재 시스템과 연줄을 선호하는 한국적 방식이 결합하면서 입법로비의 음성적 문화가 꽃피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이는 일단 등록된 전문가에 의해 투명하게 로비를 진행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압박을 규제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원하지 않으면서 입법로비에 휘말리는 정치인들이 이탈할 수 있는 여지를 줘 개선현상을 볼 수 있다고 시사되는 대목이다.

◆음성적 뒷거래 로비는 무거운 처벌로 퇴출

입법활동과 관련한 국회의원과 청원자 혹은 집단의 음성적 거래에 대해서는 현행의 법률 제도, 즉 형법과 변호사법에 의해 규제될 수 있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에 따라 그 빈틈을 노린 적잖은 일탈 사례 또한 반복적으로 수면 위에 떠오른다.

무엇보다 지난번 청목회 사건에서 입법로비를 시도한 이익집단 구성원들은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정치인들은 선고유예 등 가벼운 처벌에 그친 점도 정치인들이 유혹을 느낄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결국 현행의 법률제도는 사회 이익집단의 합법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마련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입법로비를 양성화하는 안을 본격 논의할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로비스트의 자격을 반드시 변호사에 한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를 상당한 전문성과 도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이로 규정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접촉과 활동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최소한의 요건이라는 진단이다.

아울러 합법적 입법로비 전문가와의 교류가 아닌 접촉이나, 음성적 각종 거래에 대한 무거운 처벌을 함께 규정하면 소규모 후원을 내세워 분산 위장하는 경우 전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처럼 이익집단 등에서 금품 전달을 시도하더라도 결국은 상대방에게 지원 사실을 인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특정 기간에 집중되거나 명단 등을 통한 관리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고 어딘가에는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관리감독은 차후의 문제라는 것이다.

입법로비의 양성화가 음성적 로비나 뒷거래 차단에 만능인 제도는 아니겠지만 기업별로 대관팀을 꾸리고 개인과 소규모 이익단체들은 돈을 마련해 여의도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을 사실상 방치하는 현재보다는 정화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전방위로 로비를 허용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 정부에 대한 로비는 제한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승조 박사는 법제처 사무관으로 일하던 2001년 3월 당시 '법제'를 통해 정부가 법률안 제출권을 장악하는 것은 국가가 공공적 입장에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로비 가능성을 차단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로비만 허용해도 다양한 의견의 수렴이라는 소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입법부에 대한 입법로비 허용만을 하는 절충적 형태로 마련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