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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액션과 리액션의 조화 부재…허울뿐인 출산장려

하영인 기자 기자  2014.10.31 13: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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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는 고착화하는 저출산 현상에서 탈피하고자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펼치고 있다. 과거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는 것을 미덕으로 강조해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시대가 있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출산율이 급감했다.

출산율 저하 원인은 크게 △소득요인 △자녀요인 △가치관 요인 △사회 요인으로 분류된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소득이나 고용 불안정이 급증하면서 출산율 저하현상이 발생했다는 분석을 주로 내놓고 있다.

현재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고자 출산장려금을 비롯해 △배우자 출산휴가 △출산육아기 고용지원금 △출산전휴 휴가·급여 △산모·신생아 도우미 서비스 등의 지원제도를 실시하며 국민들을 다독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주변에서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아이 기를 돈이 없어 못 낳는다' '아이 낳고 쉬면 회사에서 눈치 줄까 봐 걱정된다'는 등의 말이 들려 지원정책의 한계를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은 곧 실직'과 연결된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본인이 좋든 싫든 아이를 낳으려면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게 사회 전반에 박힌 암묵적 인식이기 때문이다. 

실제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부여하는 회사는 공기업이나 대기업에서만 가능할 뿐, 대부분 중소기업에서는 아직도 다른 나라 얘기다. 심지어 일부 병원 간호사들은 대체인력이 부족한 탓에 '임신 순번제'를 정하는 행위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인력난과 자금 운용에 시달리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여직원의 임신이 마냥 달갑지 만은 않을 수도 있다. 숙련된 대체인력을 당장에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근로자 복직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에서다.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직원의 고용유지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전문성 하락과 업무 공백이 겹쳐 기업경영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사항이다.

일례로 지난 8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관리자 비율이 증가하거나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매출액수익률(ROS)이서 2배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간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중 500인 이상 기업 170개사를 대상으로, 여성근로자와 관리자 비율이 증가한 기업과 감소한 기업의 주요 재무성과를 비교한 결과다. 이런 만큼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제도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출산·육아휴직 기간 이후 30일 내 사업주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징역 3년에서 5년 또는 벌금 2000만~3000만원을 부과한다. 그럼에도 매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도중 퇴직한 근로자가 1700여명에 이르는 것은, 근로자 스스로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더 이상의 '솜방망이 처벌'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의 일·가정 양립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해 여성근로자 개개인에게 힘을 실어줘야 권리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지난 2000년 서울여성노조에서 여성의 고용평등과 성희롱, 부당행위 신고 등을 위해 개설한 '여성노동 가상법정'은 사실상 운영을 멈춘 상황이다. 홈페이지는 접속할 수 없고 전화로는 국가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 안내해주는 것이 전부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없는 것만 못하다. 별도 홈페이지 구축이 힘들다면 온라인 범정부 민원 접수창구인 '국민신문고'를 더 활성화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일 것이다. 대책을 제시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려면 상호작용을 하는 모든 주·객체 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