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어떠한 문제나 소란을 일으켰을 때는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하고,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리고 그 대가의 정도가 △강 △중 △약으로 나뉘었을 땐, 사람이라면 누구나 약의 강도로 대가를 치르길 바라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그 대가의 강도를 두고 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착륙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를 놓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벌어진 다툼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대한항공은 '운항정지'라는 구체적인 처분 수위까지 거론하면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엄정한 처분을 거듭 요구 중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을 취항하는 43개의 국내외 항공사 △국제항공운송협회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등은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나 공문을 국토부에 제출하고 있다.
이처럼 다소 의외의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자 양대 항공사는 물론, 주무부처 역시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먼저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소 45일에서 최대 135일의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처분을 받거나 운항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제항공운송협회를 비롯한 각종 민간단체들이 사고 징계와 관련해 처분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부처에 탄원서를 내면서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매우 드문 만큼 당혹스러운 것이다.
또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 대목에서 나름대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항공기 사고로 인한 행정처분시 승객 불편 등의 피해가 예상될 경우 과징금을 통한 처분으로 대체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즉, 과징금을 통한 행정처분 역시 명백히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합법적인 처분인 것이다.
그사이 양대 항공사는 불필요한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국토부 마저 국회 눈치를 보기 위해 국정감사 이후로 제재시기를 늦췄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자칫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양대 항공사의 선의의 경쟁이 이제는 극한의 경쟁으로 보이는 모습이다. 사실 이런 모습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다.
법치국가에서 법 적용은 '원칙을 통한 엄정함'이 핵심이지만 그 이면에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함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상식이다.
어쨌든 국토부의 애매모호한 태도 탓에 국내를 대표하고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오랜 우정에 금이 가고 있다. 현재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행정처분을 11월 초에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토부는 그저 법에 따라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상황에 맞는 행정처분을 내리면 된다.
괜히 시간 끌어 먹지 않아도 되는 욕을 먹고, 불필요한 의구심을 굳이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진정 국토부가 국민의 항공안전을 외면할 생각이 아니라면 책임을 피하려 하지 말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옳은 선택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