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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 상륙이 한국IT시장에 시사한 점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0.31 10: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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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점유율 5~7%에 불과한 시장? 하지만 아이폰6가 한국 시장에 던진 화두는 가볍지 않았다.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빈사상태에 빠졌던 이동통신시장에 심폐소생술에 가까울 정도로 뜨거운 이슈가 돼 줬다는 점에 이견이 없을 정도다.

우선 단통법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아이폰6 인기몰이 와중에 어느 정도 재조명된 감이 있다.

단통법 시행 이전 단말기 지원금 규모에 대한 환상은 큰 지원금의 혜택을 받은 극히 일부 소비자의 경험 때문에 생긴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약정 요금할인 등을 모두 우겨넣은 규모를 지원금으로 오인한 기억이라는 것. 

이런 상황을 돌파하고자 단통법 와중에 가장 부합한 가격을 제시하면서, 단통법으로 인해 모든 게 손해로 귀결된다는 논란을 잠재우는 데 아이폰6 이벤트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출고가는 아이폰6 16G 기준으로 78만9800원이다. 보조금을 투입하면 50만원선 구매가 가능한 셈. 이와 관련, 단통법 때문에 애플 아이폰6의 가격이 미국은 20만원선, 일본은 공짜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50만원에 달한다는 우려가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는 점이 이번에 함께 부각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최저 월 55달러짜리 요금제에 2년 약정 가입할 경우 아이폰6 구입가격이 199.99달러이지만, 이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250MB에 불과해 이런 제도를 막바로 한국식 소비 패턴에 적용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한편 이런 점은 우리 사회가 데이터와 통화 요금을 결합시켜 쓰는 일반적 패턴에서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쉽게 고를 수 있도록 요금 제도 개편을 해야 한다는 해묵은 과제에 관해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또 화두는 고액 경품 논란 등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고객 유인에 나선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아이폰6 이슈에 즈음해 가입비 폐지에 나선 SK텔레콤을 비롯해, 선보상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시대가 된 점도 눈길을 끈다.

단통법 이후 고객유치가 신통치 않았던 이통사들이 아이폰6 출시에 맞춰 선보상 프로그램을 승부수로 띄웠다. 단말기 지원금에 18개월 뒤 중고폰 가격을 구매 처음부터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폭 낮은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다. 18개월 뒤 중고폰을 반납해야 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하나 단통법으로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는 데 신중해진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하나의 대안으로써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아이폰6시대 개막은 '패플릿'이라는 영역에서 다른 강력한 경쟁 상대가 부각되지 않았던 상황을 뒤흔들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메이커는 이제 애플과 이 영역에서 본격적 전쟁을 치러야 하며 더욱이 단말기 가격 합리화라는 장기적 인하 그래프 그리기에도 함께 눈길을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이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왜곡되는 악수를 뒀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호수에 메기를 풀어놓은 듯한 효과를 아이폰6가 던져주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번 상황은 적잖은 영감을 우리 경제에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