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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차가운 선택과 뜨거운 집중…신성장사업

철강 빼면 뭐 있냐고? 이젠 옛말…'원천소재·에너지'두 축에 미래 달려

이보배 기자 기자  2014.10.29 09: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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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CEO레터를 통해 '냉철한' 선택과 '열정적' 집중을 강조했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전략적 단호함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관련 권 회장은 포스코의 역량이나 미래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 신성장 아이템과 비핵심사업은 과감히 중단하고,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에 매진하면서 메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2대 사업 영역에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가 선택한 신성장 아이템은 '솔루션마케팅'이다. 솔루션마케팅은 고객에 대한 기술지원과 영업지원을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공급, 고객의 가치경쟁력을 강화하는 일련의 활동을 일컫는다. 흔히 산업·시장 분석, 솔루션 개발·관리, 솔루션 출시·홍보, 판매 가속화 지원, 고객관계 관리강화 등 5단계로 진행된다.

◆고객 고민하는 바, 패키지로 해결해야

철강산업에서 솔루션은 하드웨어인 강재와 소프트웨어인 이용기술이 결합한 형태로 나타나며, 시장환경과 고객의 요구를 고려해 제품설계와 생산에 반영한다.

포스코는 고수익 산업별로 고객의 요구를 선도할 수 있는 강재와 이용기술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고객가치를 제고하고, 고급강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활동을 본격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EVI(고객 맞춤 활동)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먼저 발굴하고 이에 적합한 강종을 판매해왔다. 새로운 솔루션마케팅은 단순히 고객의 수요발굴과 강종 판매뿐 아니라 적절한 기술지원과 이에 필요한 인력구성을 적극 지원하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권 회장은 취임 직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자동차강판을 예로 들어 솔루션마케팅의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권 회장의 말을 빌리면 자동차강판은 경량화를 위해 고강도화가 필요하나, 고강도강은 성형성이 떨어지므로 고강도강을 사용하려는 자동차사에는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단순히 고강도강만 공급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므로 부품성형에 쓸 성형기술과 접합 시 필요한 용접기술 등을 함께 고객사에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고객이 쓰기 가장 좋은 형태, 원하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솔루션마케팅이다. 일부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제품의 마케팅은 고객이 고민하는 바를 '패키지'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취임 이후 권 회장은 조선 고객사를 잇따라 방문하며 솔루션마케팅을 몸소 보였다. 지난 4월 울한 현대중공업과 거제도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방문, 생산현장을 둘러본 후 상생협력방안을 논의, 고객의 현재 요구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선제적으로 강재개발을 추진하고 수요를 개발해 고객과 동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선체용 강재 이용기술 대표적 솔루션마케팅 

포스코는 또 국내 조선 고객사가 극지용 LNG선박, 심해 해양플랜트, 친환경 고효율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하는 만큼 이에 필요한 강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가 개발한 선체용 강재와 이용기술은 고객가치를 혁신한 솔루션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근 국제선급협회는 컨테이너선이 대형화되는 추세에 따라 선체의 안정성을 높여 외부 충격에 의해 균열이 발생하거나 파괴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제정했다.

이 규정은 EH40 85mm이상, EH47 50mm 이상 두께의 강재를 이용해 선박을 건조할 경우, 파괴방지 능력이 우수한 강재를 사용하고 용접부분 파괴를 방지하는 특별한 설계를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

이 규정은 올해부터 계약하는 컨테이너선에 의무적으로 규정이 적용되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 같은 규정 제정에 앞서 국제선급협회의 새 규정에 부합하는 강재와 관련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발 빠른 솔루션 제공은 새로운 규정이 발효된 후에도 국내 조선사가 선박 설계와 건조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 고객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산과 기술의 긴밀한 협력, 마케팅과 기술의 융합을 적극 모색 중인 포스코는 오늘도 '솔루션마케팅'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철강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굳게 다지고 있다.

◆리튬·니켈 원천소재…에너지사업 '미래먹거리'

포스코가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에 매진하면서 메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2대 사업 영역은 리튬과 니켈 등 원천소재 사업과 연료전지와 청정석탄화학 사업 기반의 에너지사업이다. 포스코는 이들 사업을 철강에 버금가는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사업기반 정책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포스코의 에너지분야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6월 2000MW 규모의 동양파워를 인수하면서 에너지 사업군의 포트폴리오를 석탄화력발전 분야까지 확대, 글로벌 종합에너지기업으로 기틀을 강화했다.

또 최근 원천소재 분야 중 하나인 리튬 사업과 관련 아르헨티나에 파일럿플랜트를 착공하면서 포스코가 산하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리튬 직접 추출기술' 상용화를 한발 더 앞당기게 됐다.

종전에는 대다수의 리튬 생산기업이 12~18개월 소요되는 자연증발식 추출법을 활용, 리튬을 생산해왔으나 포스코가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최단 8시간, 길어도 1개월 내에 화학반응을 통해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리튬회수율 역시 종전 30%에서 80%이상 획기적으로 늘었다.

지난 8월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리튬 추출기술의 세계시장 진출을 앞두고 남미에 대규모 실증플랜트를 구축하기 위해 대용량 실증플랜트 설비를 포항에서 아르헨티나 북서부 후후이주의 카우차리 염호로 이송하는 기념식을 진행했다.

내달 말 탄산리튬 200톤 규모의 대용량 실증플랜트가 준공되면 12월 말 정상가동함으로써 리튬 직접 추출기술의 최종단계 검증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리튬은 2차전지의 주원료로 사용되며 휴대전화와 노트북PC, 전기자동차의 배터리에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월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는 50억 달러를 투자해 2차 전지 공장을 건설하고 전기차 연 5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와 같이 전기자동차 시장이 확대되면 배터리 수요가 급증해 주원료가 되는 리튬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리튬시장의 진입장벽을 감안하면 세계 최초 대용량 생산에 적용되는 포스코 리튬추출 기술은 기술력의 한계 탓에 사업 진전에 어려움을 겪는 여러 투자사의 이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