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한국거래소 '표절보고서' 논란, 최경수式 글로벌전략 휘청?

짜깁기 보고서에 현지출장비 1700만원 들여…해외사업 매년 적자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0.28 11:31:3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한국거래소(이사장 최경수)가 나라 이름만 바꾼 '표절보고서'로 해외사업에 나서 수백억원대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짜깁기 수준의 사업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수천만원을 들여 현지출장까지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소는 지난해 최경수 이사장 취임 이후 '창조금융과 시장 혁신을 선도하는 클로벌 빅(Big)7 거래소'를 경영비전으로 삼아 글로벌 외연확대를 주요 전략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거래소의 대표 해외실적 중 하나인 라오스거래소 설립을 둘러싸고 표절보고서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 이사장의 글로벌전략이 도마 위에 올랐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상규(통합진보당) 의원에 따르면 거래소는 2008년 라오스 증시설립과 관련한 사전 타당성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전년도에 만들어진 캄보디아 증시설립 용역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국가명만 고쳐 고스란히 베꼈다. 앞서 라오스의 역사개관과 산업경제 개황 등 관련내용은 2005년 만들어진 라오스대사관 자료를 그대로 따왔고 정부 각료 이름만 최근 갱신된 자료로 교체했다.

문제는 거래소가 '표절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국제사업단 해외사업부 소속 직원 5명을 11일 간 현지에 파견해 항공비 800여만원 등 체재비 포함 총 1745만1015원을 현지출장비로 썼다는 점이다. 이후 보고서는 경영지원본부에서 작성했다.

이상규 의원은 "거래소가 한국형 증시 인프라를 해외에 수출한다며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 합작거래소를 세웠는데 매년 10억원 넘게 적자가 불고 있다"며 "이미 벌려 놓은 해외사업들도 향후 적자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230억원이 넘는 투자비용을 회수할 길조차 막막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9월 기준 한국거래소 해외사업 현황에 따르면 거래소는 2011년 라오스에 1200만달러(약 135억원)를 들여 라오스거래소(LSX)를 설립했지만 현재 상장된 기업은 국영전력회사(EDL-Gen)와 국영산업은행(BCEL), LWPC컨벤션 등 3개뿐이다. 사실상 거래소가 유명무실하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한국거래소가 라오스거래소 지분 49%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거래수수료를 비롯한 수익은커녕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국거래소가 오는 2015년 말 개장을 목표로 우즈벡거래소 개장에 600만달러(약 6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고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 진출도 앞뒀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라오스거래소 설립 과정에서 '위조' 수준의 보고서를 근거로 수십억원대 손실을 초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규모의 적자행진이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한 탓이다.

결국 최경수 이사장 스스로 강력하게 추진해온 해외사업 부문에서 가시적인 실적을 내놓는 것은 물론 과거 투자에 대해 철저한 재검토 역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거래소 설립자본금이 1000억원인데 지금까지 해외사업에 투자된 234억원은 그 20%가 넘는 수준"이라며 "그런데도 거래소는 상장유치활동으로 해당국 증시가 활성화되면 수익이 난다는 식의 입장만 몇 년째 고수하고 있는 만큼 진상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