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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건축물⑥] 쌍용건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불가능해 보였던 도면…현존하는 최고난이도

박지영 기자 기자  2014.10.27 15: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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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만들다'와 '짓다'. 한끝 차이지만 두 동사가 지닌 개념은 완전히 다르다. 밥과 옷·이름 등은 만들다가 아닌 짓는다고 해야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만들다와 짓다의 차이는 뭘까. 쉽게 제약회사에선 약을 만들지만, 약국에서는 약을 짓는다. 즉, 원래 없는 것을 새로 이루느냐와 이미 있는 것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차이인 셈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건축물을 스쳐 지나간다. 반면, 일부러 찾아가는 작품들도 있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대표적이다. 국내 건설사가 지은 세기를 건너 뛴 국내외 대표 랜드마크 건축물을 살펴봤다.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에 묵기 위해 싱가포르에 갈만큼 이미 이 호텔은 랜드마크 수준을 넘어섰다. 완공된 것 또한 2010년으로 횟수로 벌써 5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현존하는 최고 난이도 건축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세계적 건축가 모쉐 사프디가 설계한 마리나베이 샌즈호텔 도면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두 장의 카드가 '사람인(人)'자처럼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듯한 3개 건축물을 짓는 것도 불가능 했지만, 그 위에 축구장 3배 크기(1만2408㎥)만 한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까지 얹어야 했다.

◆"내 것도 지어주시오" 곳곳서 러브콜

이러한 탓에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은 흔히 피사의 사탑과 비교되곤 했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피사의 사탑 기울기가 5.5도에 불과하다면 마리나베이 샌즈호텔 기울기는 최고 52도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집트 피라미드 경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규모만큼이나 투입된 콘크리트 양도 어마어마하다. 레미콘 트럭 3만2500대 분량의 콘크리트가 투입됐으며, 약 2만㎞ 철근이 사용됐다. 이 철근을 이어 붙이면 남극에서 북극까지 연결할 수 있는 양이다.

 

한낮 꿈에 불과한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을 눈앞의 현실로 실현시킨 건 쌍용건설이었다. 거장 사프디가 직접 방한해 쌍용건설에 감사의 뜻을 전한 것도 여기에 있다.

당시 사프디는 "통상 복잡한 설계를 마친 후엔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도면을 반복해 수정하곤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며 "내가 5년 전 꿈꾸며 설계했던 모든 것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실제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은 완공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1세기 건축 기적' '현존하는 건축물 중 최고 난이도 공사'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일례로 사프디에게 호텔 설계를 부탁한 셀던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은 현실성 없는 도면을 보곤 "집어치우라"며 역정을 냈었다.

중형차 4300대(6만톤) 무게와 맞먹는 스카이파크를 건물옥상(지상 200m)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카이파크는 에펠탑을 눕혀놓은 것보다 길었으며, 슈퍼점보기 4대가 들어서고도 남을 만큼 넓었다.

특히 보잉 747 여객기 전장과 맞먹는 약 70m 가량이 하부 지지대 없이 돌출되는 외팔 보 구조를 띄어 보는 사람들 마다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경사구조물 공법'과 '경사벽 케이블 고정 시스템'을 활용, 누구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일을 오롯이 해냈다. 실제 이 공법은 싱가포르 건설대상에서 건설 생산성 대상 최고등급인 플래티넘과 골드를 각각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