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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건축물③] 한화건설, 세계 최대 돔 공연장 '필리핀 아레나'

곳곳마다 발상의 전환…사전 조립된 지붕설치 '공기단축'

박지영 기자 기자  2014.10.27 14: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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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만들다'와 '짓다'. 한끝 차이지만 두 동사가 지닌 개념은 완전히 다르다. 밥과 옷·이름 등은 만들다가 아닌 짓는다고 해야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만들다와 짓다의 차이는 뭘까. 쉽게 제약회사에선 약을 만들지만, 약국에서는 약을 짓는다. 즉, 원래 없는 것을 새로 이루느냐와 이미 있는 것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차이인 셈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건축물을 스쳐 지나간다. 반면, 일부러 찾아가는 작품들도 있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대표적이다. 국내 건설사가 지은 세기를 건너 뛴 국내외 대표 랜드마크 건축물을 살펴봤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35㎞ 떨어진 지역, 불라칸. 지난 7월 뜨거운 햇빛 아래 약 6만여 인파가 세계 최대 규모 돔 스타디움 앞에 모였다. 한화건설이 지은 '필리핀 아레나'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그중 대부분은 공사장 앞에서 일주일 이상 숙식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5만1000석이 가득 차고도 넘치는 순간, 이근포 한화건설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가 이어졌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호세 아쿠자 뉴 산호세 감리단 회장은 "이건 정말 한화의 마술"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감리단 "이건 정말 한화의 마술" 

필리핀 아레나 프로젝트는 글로벌 건설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탐낼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발주처인 필리핀 종교단체와 INC 전제 조건은 매우 까다로웠다. 정확히 30개월 안에 공사를 끝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필리핀 아레나를 통해 그들의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핀 아레나는 일반적으로 족히 5년은 걸릴 대공사였다. 그런데 이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라는 것. 발주처가 제시한 살인적 공사기간으로 유수 글로벌 건설사들은 입찰을 포기했다.

모두 불가능을 외쳤지만 한화건설 생각은 달랐다. 그리고 30개월 후, 한화건설은 약속을 현실로 만들었다.

필리핀 아레나는 고대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어왔다. 아레나 또한 로마시대 원형극장을 뜻하는 말로 한화건설은 디자인빌드방식을 통해 21세기에 걸 맞는 웅장하며 압도적인 스케일의 아레나를 설계해 나갔다. 

물론 장벽에 막힐 때도 있었다. 일단 철골작업부터 문제였다. 발주처가 제시한 지붕설치 작업방식은 철골하중이 1만5600톤으로 매우 무겁고, 내부에 기둥을 설치하게 될 경우 좌석손실도 컸다. 무엇보다 그대로 진행한다면 공기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잠실체조경기장 3배 '5만1000석'

이에 한화건설은 지금까지와 다른 혁신적 공정을 연구해야 했다. 새로운 방식인 스페이스프레임을 적용한다면 철골 사전조립이 가능할 것 같았다.

한화건설은 스페이스프레임을 전체 46개 블록으로 나눴다. 내외부 각각 24개·22개로 분배해 동시작업을 시작했다. 밖에서 지붕을 조립할 동안 안에서는 철근 콘크리트 작업과 관람석 제작이 진행됐다.

이를 통해 한화건설은 공기를 2개월 단축할 수 있었으며, 사전조립된 지붕을 설치함으로써 60m 이상 상공에서 벌어지는 고공작업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기를 맞추기 위해선 이것으로 부족했다. 한화건설은 경량화된 자재인 SPS와 샌드위치 플레이트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자재보다 5배가량 가벼운 SPS. 대형 관람석을 PC스탠드 대신 SPS로 제작하는 것은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었다.

총 4개층으로 이뤄진 돔 스타디움 관람석을 모두 PC스탠드로 제작한다면 실내공간이 협소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SPS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가볍기 때문에 지탱하는 하부구조물도 경량화가 가능하고, 또 가벼운 만큼 자유자재로 설치가 가능해 시공순서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

무엇보다 축구장 4배만한 거대한 지붕을 60m 상공에서 작업해야 한다는 점이 난제였다. 하지만 한화건설은 스페이스프레임에 와이어를 걸고 그네처럼 발판을 만드는 방식을 고안해 비계 없이 고공작업을 무사히 수행했다.